"나는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는
동백의 꽃말입니다.
세상에는
너무 쉽게 만나고,
너무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 음식 같은 사랑도 있지만,
반면에,
가마솥의 곰탕처럼
오랫동안 혼자 속만 끓이다가
덧없이 끝나버리는
안타까운 사랑도 있습니다.
아마도 동백은
여름 내내 내색도 못하고
애가 닳도록 누군가를 흠모하다가,
찬 바람이 부는 한 겨울에
살포시 아름답게 피어나,
봄이 올 때까지
그 모습 그대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애끓는 사랑을 품고 견디다가,
끝내 홀로 애달픈 생을 마감하는
우직한 사랑의 그림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집에 온 동백도
어느덧 이십 년 가까이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습니다.
야리야리하던 동백이
이젠 제법 의젓한 근육질 나무로
단단하게 잘 성장해 있습니다.
때로는 나도
그런 동백으로 거듭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동백가족이 늙으신 부모님을 부양하듯
온몸으로 지는 동백을 버티고 있습니다.
저러다가 힘들어서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리는 건 아닐까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부디 늙으신 부모님 잘 보내드리고
홀로 활짝 피어있다가
다가올 봄을 함께 맞아보자고 달래 봅니다.
사람이나 꽃이나
부모에 대한 마음이 매양 한 가지인가 봅니다.
여린 꽃봉오리 위에 기대어 시들어가는
부모 동백이 내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석 달 동안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석 달 동안 변함없이 사랑을 품고
청초하게 매달려 살아내는
가슴 아프도록 빨간
지고지순한 동백이 되고 싶습니다.
사랑이 그립다고,
사랑을 찾아 나서지 않는
지조 있는 동백이 되고 싶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동지섣달이 오면 수줍게 피어나서,
쉬이 지지 않고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녔음에도
우직하면서도 과묵하게 살아내는
믿음직한 동백이 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세파에 흔들림 없이
언제나 해맑게 활짝 웃고 있는 동백이,
공허해진 시린 가슴을
아무 말 없이 어루만져주고 다독여 줍니다.
♡♡♡♡♡♡♡♡♡♡♡♡♡
"봄이 저만치에서 오고 있다"라고,
"희망을 품어보라"라고 가만가만 속삭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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