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는 분명 봄이 왔건만, 아직 봄이라고 하기에는 심술굿은 겨울 한파가 떠날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리니, 몸과 마음으로 체감되는 봄은 아직도 창문 너머 멀치 감치 떨어져 있는 듯합니다.
겨우내 꽃이 핀 채로 봄을 기다리는 장미의 모습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일상으로의 복귀를 알리는 예비신호가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산책길에서 마스크를 굳건히 착용한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은, 아직도 우리들 마음속에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싶으니, 아직도 한참을 그대로 유지할 듯싶은 겨울장미의 시들은 저 모습이 춘래불사춘의 또 다른 유형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산수유 열매가 가을을 지나 겨우내 저리 매달려 있으니,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 새 술을 담을 새 부대가 되고 싶은 욕망에 이런저런 온갖 핑계와 그럴듯한 비유를 들이대며 모사를 일삼는, 이제 겨우 한두 개 매달려있는 산수유 열매를 떨어뜨리지 못해 안달이 난 정권의 하수인 역을 맡고 있는 한량들의 속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춘래불사춘이라 노래한 고대시인의 풍자가 오늘날에도 어색하지 않으니 참으로 춘래불사춘이라는 시구(詩句)는 역사와 시대를 뛰어넘는 명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당화와 목련과 청매실 나무줄기를 타고 봄의 기운이 닿고 있으니, 앞으로 제대로 된 봄이 오기까지 남아있을 한파와 폭설과, 그리고 꽃샘추위 까지도 거뜬히 이겨내고 춘래불사춘을 극복할 봄다운 봄이 계절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들 마음속 깊이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 오기를 학수고대해 보는, 말로는 봄이요 현실은 아직 한파 속의 겨울인 입춘(立春)이라는 절기의 이른 아침에 정리 안 되는 마음에 낱말 몇 개를 늘어놓아 봅니다.
봄 맞으러 가는 듯이 차가운 냇가를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중백로의 마음속에도 봄기운이 조금씩 희망으로 담기기를 소망하며, 온전한 봄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부터 전쟁의 공포와 소수의 탐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가엾은 영혼들이 봄의 절기는 다가왔으되, 봄이 아니라는 자괴감에서 벗어나 완전한 봄을 맞는, 진정 심신으로 체감되는 따스한 봄날 같은 삶이 되살아 나기를 다시 한번 마음속 깊이 간절하게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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