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불현듯 가을을 되새김하는, 폭설을 앞둔 아침 나의 단상

Chipmunk1 2022. 12. 15. 07:00
낙강물길공원

폭염에 지칠대로 지쳐 가을을 기다리다, 막상 가을이 오니, 가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겨울이 찾아왔다.

낙강물길공원

유독 첫눈이 늦은 이번 겨울, 정작 겨울이 왔는지 알아채지 못하고 가을의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쉬이 놓아주지 못했다.
계절은 언제나 처럼 기다려주지도 서둘러 지나가지도 않지만, 사람들은 그때 그때 마다 제 나름의 감정을 실어 계절이 늦게 오느니 마느니 별 의미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뒤 돌아서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낙강물길공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가 되면 단풍도 찾아오고

창밖에 내리는 함박눈

눈도 내린다.

낙강물길공원

그저 내 갈길을 뚜벅뚜벅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계절도 만나지고 비도 눈도 만나지건만, 진득하지 못한 조급증과 빠른 포기와 싫증이 언제나 종종거리고 징징거리는 삶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

안동댐 아래 단풍이 가득한 산
폭설이 내니던 날 거실에서 즐기던 눈

가을이 되면 집앞 마당의 예쁜 단풍을 보지못하고, 단풍을 찾아 멀리 떠나고, 폭설이 내리는 날이면 두문불출 하다가, 아이젠과 스패츠와 등산스틱을 챙겨들고 멀리 눈을 찾아 떠난다.

그래서 그랬었나보다, 십여년전 무더위를 피해 경남 하동의 청학동 도인촌을 찾아갔더니, 청학동 마을 사람들은 시원한 바람과 계곡을 남겨둔 채 외지로 휴가를 떠나있었고 마을은 텅텅 비어있었다.

낙강물길공원

주변의 자연환경이 아무리 수려하고 아름답다해도, 일상이 되고 생활이 되다보면, 특별한 감동없이 지내기 일쑤다.

언젠가, 미국 오하이오주 랭카스터라는 도시에서 온 손님이 공업단지 뒷편의 청계산을 카메라에 담고 있길래, 신기해서 물었더니, 미국의 끝없이 너른 들판만 봐 오다가, 어딜가도 산이 있는 한국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나.......

안동댐 아래 낙강물길공원

너무 익숙하고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대상이 주변에 많이 있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귀히 여기지 않고 살아간다.

언제 부턴가 대기오염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질수록 맑은 공기가 귀하게 생각되는 것도 그렇고, 집 주변에 예쁜 단풍나무들이 있음을 잘 알지못하고, 가을을 찾아 내장산으로 한라산으로 길을 떠나는 것도 그렇고, 밤새 내리는 함박눈이 가슴을 설레이게 할수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출근길이 얼어버릴까 밤새 걱정만 하다가, 정작 눈이 그치면, 눈을 찾아 설악산으로 한라산으로 길을 떠나는 아이러니가 그렇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지 않나싶다.

익숙한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을 귀히 여기는 사람은 따스한 인정도 함께 느끼며 행복하게 살수 있겠지만, 언제나 내곁에 있으리라 자만하여 내 가족과 친구와 지인들을 소홀히 대하는 사람은, 늘 새로운 인간관계를 쫒아 밖으로 나돌겠지만 정작 주변에 따스한 사람 하나 없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도 종종 눈에 띈다.

혹시 나?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과 환경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폭설과 한파가 예정된 하루를 덤덤하게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