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31.
오래 전 부터 설레이던 그리움을 살포시 가슴에 품고, 새벽 4시에 길을 나서 시월의 마지막 날 동이 트기 직전 정갈한 마음으로 모악산 금산사 일주문 앞에 섰다.
어느덧 여명이 걷히고 여유롭게 가을 아침이 밝아 오고, 따스한 아침 햇살이 산사로 가는길을 훤히 밝히니, 사방이 울긋불긋 가을의 본색을 제대로 들어낸다.
코로나19와 미세먼지를 잠시 잊고, 새벽 산사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가 깊어가는 가을, 시월의 마지막 날은 이른 아침 부터 시월과 가을을 환송하느라 분주해 보인다.
국보와 국가 보물을 유난히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천년 고찰 금산사의 가을은 속세의 어지러운 사정을 아는듯 모르는듯, 모진 세파를 감내하며 1400여년을 한결 같이 중생들의 찌들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달래며, 치유하고 보듬으며 희망을 품게 한다.
가을은 시나브로 시월의 마지막 날 문턱을 이렇게 막 넘어가고 있다.
모악산 금산사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에 가을 이외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열흘 후 모악산 금산사의 가을은 많은 추억을 남겨 놓은 채 겨울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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