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야기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 그리고 가을장미

Chipmunk1 2022. 10. 21. 06:45

2022. 10. 13.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늘 들르게 되는 내게는 부담없고 정겨운 곳입니다.

언제 가도 주차하기 편하고 수목원을 찾는 탐방객 수도 적당하고, 더군다나 주차료도 입장료도 무료 이기에 더더욱 부담이 없어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사철 푸른 대나무숲과 언제 부턴가 전국적으로 늘어나고있는 핑크뮬리와 한여름 부터 피기 시작한 수련이 높고 파란 하늘과 어울려 수목원의 가을을 풍성하게 꾸며줍니다.

사철 피어있는 장미가 이제는 어엿한 가을장미가 되어 호젓한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전국에 산재한 여느 수목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목원이 전주 시내에 있다는것 만으로도 전주 시민 들에게는 커다란 행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주에 가거나 근처를 지날 때에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가 되어, 전주수목원에서 사계절을 무념무상으로 만끽하곤 합니다.
특히, 이 가을에는 호젓해진 마음에, 수목원이 전해주는 따스한 위로를 가득 담아 봅니다.

역시 가을에는 노란 장미가 가을색과 정말 잘 어울리지 싶습니다.

간혹, 주황빛이 곁들여진 장미는 우아하다못해 신비스런 기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가을의 높고 파란 하늘과 따가우리 만큼 깨끗한 대기 를 타고 내리쬐는 햇볕아래 맑고 청아한 기운으로 세상을 밝게해주는 노란장미가 있어, 깊어만 가는 이 가을이 외롭거나 쓸쓸하지만은 않습니다.

사시사철 장미의 정원은 돌아서자마자 다시 오고싶게 만드는 나름의 마력을 지니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 7월말에도 9월초에도 장미는 있었지만, 시월에 보는 빨간 장미는 오월의 장미에서는 찾지못했던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겨울 동백은 그리움에 사무치다 가슴에 멍이들지만, 가을의 빨간 장미는 그리움에 외로움을 더하여 높아 만 가는 파아란 가을하늘 아래서 빨갛다 못해 피를 토하듯 검붉어진 꽃잎이 조금씩 말라가며 흑빛으로 변해 버립니다.

마치 다시는 봄을 볼수 없을 것처럼 철저하게 타들어 가는 빨간 가을장미를 보면서 바짝 말라버린 텅빈 가슴이 빨간 가을장미와 동병상련하며 하릴없이 깊어 만 가는 자칫 쓸쓸해 보이는 가을입니다.

노란 장미가 따가운 가을 햇살에 분홍색으로 짙어진 것인지, 아니면 빨간 장미가 가을볕에 바래서 분홍색 으로 바뀐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유독 진한 향기를 내뿜는 분홍찔레장미의, 점점 드높아져만 가는 파란 가을하늘 아래 이따금씩 불어오는 잔잔한 산들바람 에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떨어지는 가녀린 꽃잎이 낙엽에 적당히 섞여 이제는 제법 가을을 타게되는 허전하고 시린 가슴에 작은 파문을 일으킵니다.

따가운 가을볕에 화려함이 사라지고 서서히 말라 시들어가는 분홍 가을장미가 나날이 움추러들고 작아만 지는 여린 가슴을 살포시 어루만져줍니다.

깊어가는 이 가을에 가녀린 분홍장미가 있어 위안을 받고, 쪽빛 가을하늘이 쏟아내는 따가운 햇볕을 온 종일 여린 몸으로 참고 받아내는 의연한 분홍장미로 부터 속세의 풍파를 의연하게 견뎌내면서도 미소를 잃지않는 삶의 지혜를 배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