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01.
낮보다 길어진 밤이 여명을 늦추니, 새벽 여섯시에 소등되는 월영교의 조명이 짙은 안개 속에서 운치를 더해주고, 의연한 월영정이 파란새벽에 시월 첫날을 활짝 열어준다.
어느새 개통(2003년 4월)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월영교를 보면서, 월영교와 같이 나무로 만들어진 목교(木橋)로서, 아직도 600년 이상 정상 통행되고 있는 스위스 루체른의 카펠교(1333년)와 슈프로이어 다리(1407년)처럼 다리위에 지붕을 덮고 관리를 잘 해서 천년 후에도 우리의 후손들이 휴식 공간으로, 그리고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밤새도록 꿋꿋하고 의연하게 안동호에서 안동댐을 통과해 낙동강으로 유유히 흐르는 호수가 뿜어내는 물안개를 포근하게 품어주는 월영교의 너른 품과 다리 안전 난간 손잡이 사이사이에 무당거미들이 예술적인 솜씨를 발휘해서 만든 거미줄에는 곤충들 대신에 물안개 알갱이들이 조명에 비춰 금사(金絲)로 엮어놓은 명작이 되었다.
정확히 오전 6시에 월영교의 조명이 소등되고나니, 월영교와 월영정이 안개속에 갇혀 숨막혀 하는듯, 그러나 조용히 샛소리와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는듯 했다.
월영교를 건너 민속박물관을 지나 이제는 인도교가 되어버린 옛 다리를 다시 건너 나무 데크로 잘 만들어놓은 산책로를 따라 유럽풍이 물씬 느껴지는 안동댐 바로 밑에 조성된 낙강물길공원에 도착할 때 까지 발 아래 은행나무 열매가 분간이 안갈 정도로 짙은 안개속을 걸었다.
조명이 꺼진 월영교 안전 난간 손잡이에 물안개가 모여 구슬처럼 영롱하게 맺혀있는 거미줄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이 신비롭게만 보인다.
가을은 노랗게 익어가는 은행나무의 열매로 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미진하지만, 여전히 안개에 갇혀있는 월영교에서 낙강물길공원으로 가는 강변 데크길의 은행나무와 점점 붉게 물드는 단풍나무와 갈잎으로 바뀌고 있는 가로수가 깊어가는 가을을 대변하려는 듯했다.
낙강물길공원의 말로 형언할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지난 가을을 되새김질하면서, 돌아올 가을의 정점에서 변신하게될 낙강물길공원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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