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날 짐승들이 한가로이 가을을 즐기는 탄천에도 울긋불긋 나뭇잎이 하나둘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고, 심술궂은 짙은 구름이 가을 하늘을 가리지만, 어느새 구름 사이로 높아져만 가는 가을 하늘이 시리디 시린 쪽빛으로 탄천에 투영되어 멋진 데칼코마니를 한껏 연출하면서 가을이 시나브로 깊어만 간다.
제법 숲을 이룬 갈대와 수양버들도 계절을 역행하지 못하고 가을빛에 동참하고, 제법 울굿불굿 변색되는 벚나무잎이 봄의 벚꽃 못지않게 탄천변을 가을스럽게 꾸며주고, 쪽빛 하늘과 탈색된 벚나무잎이 탄천에 투영되어 나름 운치있는 풍경화를 만들어낸다.
힘겹게 겨우 매달려있는 벚나뭇잎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하나둘씩 떨어지고, 허전해진 가슴에 찬 기운이 느껴지기 전에 가을을 맘껏 즐길 수 있다면 세상 부러울게 없겠지만, 살아 있기에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의 무게에 짖눌린 어깨가 떨어지는 낙엽처럼 조금씩 조금씩 내려앉으며, 이따금씩 알게 모르게 흘러나오는 나의 짧은 탄식이, 속절없이 마냥 허전해지고 쓸쓸해지는 나를 가을 속으로 사정없이 밀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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