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하다보니 개봉한지 두달만에 보게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가 끝나면서, 자막으로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 투병중 45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음을 알렸다.
불꽃처럼 살다간 한 남자의 꿈과 열정과 끊임없는 자기 변신을 위한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을 목도했다.
엇갈린 사랑을 아파하면서 만든 노래가 가슴 뭉클하게 전해졌다.
사랑은 배려도 하나됨도 희생도 허락칠 않기에, 양성애자라는 천형을 받고 태어난 주인공의 소망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안타깝게 조명되었다.
다만, 사랑은 태생이 이기적이기에, 성경에서 조차도 사랑은 이래야 된다 저래서는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으니, 결국 사랑은 잠시의 행복을 위해 너무나도 크고 감당하기 힘든 잔인한 고통을 인간에게 안겨주는 선악과와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누가 사랑을 단죄할 수 있으며, 누가 사랑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사랑이란 잠깐 왔다가는 인생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환영과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사랑은 우리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고, 심지어는 멀쩡한 우리를 눈뜬 장님으로 만들어 농락하고 있는 희대의 사기꾼이 아닌가 싶다.
프레디 머큐리의 가슴속에 박혀서 영원히 빠지지 않는 메리라는 큐피드의 화살은 마지막 순간 까지 프레디 머큐리를 자유롭게 놓아주질 않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프레디 머큐리를 떠난 메리의 이기적인 사랑도 죽는 날 까지 고통속에서 불행해 하지 않을까 짐작 해본다.
한 해를 보내면서, 지나간 인연들을 생각하면서, 나로인해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인연들이 있다면, 그들의 남은 삶은 긍정적이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프레디 머큐리가 [no time for loser(패배자를 위한 시간은 없다)]라고 울부짓던 격한 자기를 향한 외침이 지금도 귓전을 울린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 이지만, 성공한 사람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하지만, 반면에 인생의 패배자는 너무 늦어 다시 시작할 시간이 없다고 변명만 일삼는다.
과연, 나는 인생의 승리자인가?
아니면 그럴듯한 변명과 핑계거리를 찾고 있는 인생의 패배자인가?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간 객석에 그대로 남아, 한동안 손끝 하나 움직일 힘도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너무나 강력한 프레디 머큐리의 활화산 같은 에너지가 2시간 동안 나를 남김없이 다 태워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