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거리는 한산했고, 가을이 완연해지는 느낌이 피부로 와 닿는 추석 한낮에 죽전 CGV로 향했다.
기울어 가는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효명세자가 독살 당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 역사의 정설은 효명세자가 독살되었다고 뒷받침할 어떤 사료도 입증된 바는 없지만, 당시 외척인 장동김씨(신안동김씨)가 조정의 실세로 조선을 좌지우지하던 시대상을 반영해서, 외척를 적폐세력의 중심으로 발본색원 하려던 영특하고 혈기왕성 했던 순조의 왕세자인 효명세자를 제거하려는 장동김씨들의 동기는 충분했다 할 수 있겠지만, 이를 눈치 챈 순조가 당시 조선 최고의 만물박사 다산 정약용 선생을 효명세자의 탕약을 담당하도록 발탁하였으니, 효명세자의 독살설은 지나친 억측에 지나지 않지 않나 싶다.
더군다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인품이나 장동김씨의 세도정치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그의 성향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효명세자의 독살설은 역사의 정설이 아님이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효명세자의 사인이 밝혀진 바가 없으니, 필요에 따라 장동김씨에 의해 독살된 것으로 인용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영화 명당에서는 장동김씨들의 전횡을 극대화 하여 역사의 허구를 드라마틱하게 끌고 갈 의도로 효명세자를 독살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를 숨가쁘게 전개하여, 13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어린 헌종이 왕위를 물려 받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역사의 아이러니(irony)속으로 몰아 넣는다.
허황되고 분에 넘치는 권력을 위해 아버지 까지 살해하는 장동김씨들의 패륜에 이르기 까지, 마지막에는 권력에 눈이 먼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광적인 묘사까지 일사천리로 상영시간 2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했다.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과정이 정당성을 잃는다면, 그 의도는 비판받아 마땅함을 역사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장동김씨의 전속 지관인 정만인이 흥선대원군에게 했던 말대로 명당을 찾아 장동김씨의 세력을 제거한다해도, 또다른 장동김씨가 나타난다는 알듯 모를듯한 일갈은 역사를 조금만 되돌려 보면 충분히 알 수가 있다.
영화 명당의 배경이 된 조선조 말,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와도 같았던 그 시기에, 효명세자가 왕이되어 조선을 제대로 통치했더라면, 흥선대원군도 역사의 뒤안길에서 범부로 생을 마쳤을 것이고, 일제의 침략도 대한민국의 분단도 없지 않았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역사를 가정해 보는 누를 다시 한번 범해 본다.
국가의 운명이 지도자의 역량에 크게 좌지우지 된다는 의미를 전달 하려는 듯이 보이는 영화 명당은, 급변해온 우리의 근현대사에 커다란 교훈을 주는 음미해 볼만한 영화인거 같다.
영화가 끝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 근처 신봉외식타운으로 향했다.
외식타운 끄트머리에 있는 식당에 "명절연휴 정상영업 합니다" 라는 현수막이 고마웠다.
전복해물찜이 먹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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