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솔길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인지, 시화방조제를 지나면서 처음 올레길을 시작할때와 비슷한 흥분이 밀려왔다.
생각보다 잘 정비된 해솔길의 이정표와 리본이 발걸음을 가볍게 안내해 주었다. 혹시 몰라 GPS를 켜고 걷는데, 트렉이탈 경고음이 울릴 틈이 없도록, 촘촘하게 리본과 이정표가 이어졌다. 정방향이 주황색이고, 역방향이 파란색인 것이 올레길과는 반대인 것이 이채로웠다. 모르긴 몰라도 해솔길도 해파랑길과 마찬가지로 올레길을 벤치마킹했을 텐데, 화살표 색깔을 거꾸로 한 이유를 담당자에게 묻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死後에나 갈 수 있다는 북망산을 살아서 오르려니, 기분이 묘했다. 공동묘지를 이곳 북망산으로 한것은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홀로 걷는 북망산은 음기가 가득하게 느껴지는것이, 올레길 11코스의 모슬봉 공동묘지를 지날 때 느꼈던 그 음산함과 비슷한 분위기가 뇌리에 박혀, 다시는 혼자 지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망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대부도의 전경은 스산했던 기분을 일시에 거두어주기에 충분했다.
북망산을 황망히 내려오니, 구봉솔밭야영지인 해변에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대부해솔길이 어떻게 대부해솔길로 명명되었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었다. 해송 사이사이로 보이는 섬과 바다와 높고 들푸른 대부도의 가을 하늘은 그냥 한폭의 그림이었다.
구봉도는 초입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구봉약수터 까지 이어진 해안 산책로는 하추자도의 해안 산책로와 견줘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구봉도 낙조전망대를 이어주는 대부해솔길1코스의 백미인 개미허리아치가 썰물 때라 주변이 훵해서 그런지 내 눈에는 구봉도의 흉물처럼 보였다. 낙조전망대의 조형물도 자연과 조화롭게 보이지 않았다. 나무데크로 만든 산책로가 왠지 부자연스럽게 보였고, 그냥 그대로 보존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이 짙은 노란 들국화와 억새풀이 잘 자라고 있는 구봉도의 해안길과 돈지섬 가는 길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늦은 점심은 대부도의 명품(?)식당에서 영양밥을 선택했다. 본래 바지락칼국수와 양푼이보리밥이 일품이지만, 오늘은 영양밥이 당겼다. 근래에는 주변에 비슷한 식당들이 여럿 생겼고, 오이도에는 분점도 생긴듯 했다. 애주가들에게는 매력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어느새 해가 많이 짧아졌다. 오후 5시 30분이 지나자 마자 불과 2~3분 사이에 해가 바다 너머로 사라졌다.
시화나래 휴게소에서 해넘이를 감상하고, 대부해솔길1코스는 눈에 담고, 어둠과 함께 시화방조제을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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