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장성 백암산 백양사의 봄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

Chipmunk1 2025. 3. 5. 00:12

2025. 02. 28.

불타는 가을을 보내고, 하얀 겨울도 보낸 백학봉 아래 백양사의 랜드마크 쌍계루 앞 약수천에는 아직도 가을과 겨울의 흔적 낙엽을 가둬 둔 채로 봄을 기다립니다.

습관적으로 사천왕문을 비키고, 범종각을 스쳐지나 청운당 앞 연못에 당도하니, 바람에 파문이 일어 백학봉 데칼코마니를 흐릿하게 비추고, 연못가의 호랑가시나무는 빨간 열매를 모두 떨구었고, 은목서와 금목서는 가을에 필 꽃망울을 아직 맺지 않은 채 스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고, 바짝 베어버린 붉은 인동덩굴은 흔적도 찾기 힘들고, 산앵도나무 조차 꽃눈을 피울 준비도 않고 있네요.

백양사 경내와 대웅전 뒤편 팔 층 석탑 주변 정원에는 아직 까지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았고, 대웅전 옆 경사진 산등성이에 자리한 동백과 청매 홍매나무도 꽃눈이 보일 듯 말 듯 봄기운이 작년보다 여리게 느껴집니다.

더군다나, 우화루 옆 수령을 350년 훌쩍 넘긴 천연기념물(486호) 고불매는, 작년보다 하루 정도 여유 있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붉은 수수 같은 꽃눈이 시커먼 가지마다 자리 잡기 시작하고 있으니, 어쩌면 삼월 중에는 만개한 고불매를 만나보기 힘들 듯싶습니다.

쌍계루 뒤편의 천진암에는 봄기운이 보이는지 궁금해 찾았으나, 수령을 오백 년 넘긴 탱자나무 끄트머리에 작년 가을부터 매달려있던 탱자가 아직도 그대로 인 것이, 천진암에서도 봄기운을  찾지 못하고 생태탐방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봄이 오는 길, 생태탐방로는 아직도 눈에 덮인 채로 겨울의 운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봄이 오는 길은 아직 멀어만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수천의 작은 호수는 봄볕에 해빙되어 호숫가 나무들은 겨울의 흔적을 거의 지운 채로 봄의 기운이 나뭇가지마다 잎을 만들려고  초록 눈을 반짝이고 있습니다.

따스한 봄볕이 호수에 황홀한 윤슬을 만들고, 호수에 비친 저녁 해는 윤슬과 더불어 작은 우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백양사의 봄은 아직 꽃을 보여주길 주저하고 있지만, 봄비가 한두 차례 내리고, 경칩이 지나면, 경내 곳곳에서 홍매와 청매가 고불매에 앞서 수양매화와 더불어 봄소식을 전해 주리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