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2. 27.

내장사의 봄이 꿈틀거리며, 관음전과 극락전을 내려다보는 서래봉이 겨우내 삭풍을 막아내니, 형제봉을 넘은 춘풍이 무혈입성하며, 경내 가득 봄기운을 채우기 시작합니다.
방화로 소실된 지 삼 년여 만에 재건을 시작한 대웅전 공사는 겨우내 많은 진척이 있었는지, 키 큰 크레인이 가림막 안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나르고 있는 듯한 움직임에서 봄의 희망이 엿보이고, 코로나19 펜더믹 직전까지 겨울이면 주지스님이 손수 덕으셨다는 따스한 차 한잔에 구수한 군고구마 두어 개 껍질 벗겨 먹는 재미로 눈이 가득한 단풍터널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았던 정혜루는 인적이 끊긴 채 어느새 여섯 번째 봄을 맞습니다.
관음전 앞뜰 서향(천리향)은 향기를 가득 모둠은 꽃망울을 잔뜩 부풀린 채로 봄을 기다립니다.
뭍에서는 온실이 아닌 노지에서 서향을 만나기가 쉽지 않건만, 내장산 국립공원에 있는 이곳 내장사 관음전 앞뜰과 백양사 사천왕문 왼쪽 범종각 뒤의 서향이 노지에서도 봄에 꽃을 피우고 있음을 알게 된 지 채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올봄 서향은 아직 붉은 꽃망울을 찾기 힘든 백양사 보다는 제법 붉은 꽃망울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내장사에서 먼저 만날 듯싶습니다.
방화로 소실된 대웅전을 재건하는 쇠망치 소리와 크레인의 움직임이 봄을 연주하는 교향악단의 봄의 속삭임이 되고, 서향이 곧 향기를 경내 가득 뿜어낼 듯한 내장사에서, 사바세계의 따스한 봄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잠시 눈을 감고 상념에 잠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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