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강천산 군립공원에서 아직은 어설픈 봄을 찾아봅니다.

Chipmunk1 2025. 3. 4. 04:35

2025. 02. 28.

역대급으로 다사다난다설(多事多難多雪)했던 겨울이 심굴 궂게 긴 꼬리로 봄을 막아서는 통에, 예년 같았으면 봄의 전령사들이 하나둘씩 세상에 소식을 전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1호 군립공원인 강천산군립공원에는 단단히 굳어버린 잔설 위에 낙엽이 나뒹굴고 있어 여전히 삭막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천산 초입의 병풍폭포는 바람에 흩날리는 물줄기에 반사된 햇살이 흐릿하게 무지개를 만들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계곡을 녹여내고 있음에 봄기운이 살짝 느껴집니다.

구장군폭포를 목표로 지나는 계곡은 여전히 잔설과 얼어붙어 매달린 크고 작은 고드름이 모여 빙벽을 이루며 지난겨울 혹한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메타세콰이어 나무를 반영하는 청량한 계곡물은 아스라이 봄을 예견하게 합니다.

강천사 일주문 격인 강천문을 지나자마자, 수령이 300년을 훌쩍 넘긴 강천산의 터줏대감 모과나무 건너편 강천사 담장아래 복수초군락을 향해 기대반 설렘반의 잰걸음으로 달려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이 잡듯 복수초를 찾아보다가, 벚꽃나무와 돌틈사이에서 '나 여기 있소'하고 빼꼼히 수줍게 웃고 있는 복수초 한송이를 발견하고, 반갑게 강천산에 찾아온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껴봅니다.

구장군폭포의 마지막 관문인 현수교 아래를 조심스럽게 지나면서 두리번두리번 포기하지 않고 부지런하게 아련하기만 한 봄기운을 찾아봅니다.

마침내 도착한 구장군폭포의 물줄기가 빚어놓은 만물상 같은  빙벽 사이에서 세차게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가 봄의 속삭임으로 다가옵니다.

구장군 폭포수를 타고 내려온 선녀가 날개옷을 벗어놓고, 선녀계곡으로 올라와 봄볕에 서서히 얼음이 녹아 멋진 데칼코마니를 그려내는 계곡물에서 나그네는 나무꾼이 되어 따스한 봄볕아래 목욕하고 있을 선녀를 찾다가 오늘도 선녀를  못 본 체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옵니다.

그리고, 강천산 군립공원 입구가 보이는 초입의 꽃무릇군락 틈사이에서 복수초를 한 송이 더 발견하고, 강천산의 봄을 데려 온 봄의 전령사 복수초에게 작별을 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