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2.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자부하는 안동이 또한 호반의 도시라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여명이 밝아 올 시각에 자욱한 물안개에 완전 점령되어 천지를 분간할 수 없는 월영교 위를 걷다 보면 안동이 호반의 도시임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일출시간까지 환하게 밝혀주던 전등불이 꺼진 아침 7시가 지나고 열 시가 가까워 오건만 월영교는 여전히 물안개 속에 깊이 파묻혀 있습니다.
찬란하게 비춰야 할 아침해가 물안개에 파묻힌 채로 둥근달의 모습으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며 월영교를 여명 속에 가두고 시공을 초월한 채로 오전 열 시가 지나도록 동은 텄으나 어둠은 여전히 월영교를 뒤덮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태양빛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물안개가 옅어지면서 강 한복판에 비친 태양이 윤슬이라는 예쁜 이름의 금빛 물결을 물안개가 틈을 벌려주는 강물의 파문 위에 은하수처럼 하나둘씩 새겨놓기 시작합니다.
입동이 지난 지 보름이 다 되어가기에, 가을이 다 지났는가 싶었는데, 물안개가 완전히 사라진 월영공원 화장실 앞 애기단풍이 물안개를 잔뜩 머금은 채로 아직 가을이 끝나지 않았다고 항변이라도 하듯이 만추의 끝을 잡고 가을을 놓아주기 아쉬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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