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문경 봉천사 개미취 축제

Chipmunk1 2023. 10. 22. 08:26

2023. 10. 06.

키 작은 밝은 보라색 벌개미취는 초여름부터 가을이 오기 전까지 집 주변에서 흔하게 접해왔지만, 들판이란 의미의 벌이 없는 개미취의 대형 군락이 자그마한 암자급의 산사를 포함한 산골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건만, 막상 축제 현장에 도착하니, 산속에 펼쳐진 개미취군락의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집니다.

더군다나, 자동차로 소라의 성같이 반복적으로 이어진 가파른 경사로를 십여분 잊고 올라가면, 하늘 아래 첫 동네 같은 정감 가는 산골 마을이 나타납니다.

개미취로 경계를 만든, 입구에서 마을 주민들이 현금으로만 입장료 만원을 받지만, 별도의 입장권도 없이, 돈만 내면 바로 입장해서 50여 미터 떨어진 봉천사 법당 앞에서 도토리묵 한 접시와 따스한 약초차 한잔을 대접받으니, 소박한 주민들과 스님들이 준비한 축제장의 정감 가는 축제 먹거리 하이라이트를 잊지 못해 내년에도 다시 찾아오고 싶어지게 합니다.

더군다나, 키가 어른키 이상 2~3미터는 족히 되는 개미취가 비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일일이 끈으로 포기마다 묶어 서로 의지되도록 중간중간에 부목도 세우고 아름다운 보랏빛 바다를 산속에 조성한 촌부들의 노고에 자연스럽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됩니다.

일조량과 햇볕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빛깔로 온통 보랏빛으로 물든 문경 봉천사의 개미취군락은 말 그대로 아담한 산촌과 산사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스님과 관람객들이 함께 어우러진 산촌마을의 연중 큰 잔치입니다.

젊은 일손들은 찾을 수가 없으니, 늙그수레 한 촌부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잘 자란 개미취들이 큰 키로 쭈빗쭈빗 머리를 추켜세우고 환하게 웃으며 관람객들을 반깁니다.

온갖 나비들이 개미취 꽃을 옮겨 다니며 열심히 수정을 해서 개미취의 만개에 일조를 하는 모습이 파란 가을하늘과 잘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온전한 날개를 유지하고 있는 나비들이 있는가 하면,

무슨 연유인지 날개가 부서지고 찢긴 나비들도 많이 눈에 띄지만, 나그네의 눈에 큰 차이 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신체의 불편함을 극복하고 활동하는 우리 주변의 멋진 인간승리자들이 겹쳐 보입니다.

보랏빛 개미취에 둘러싸인 산사의 가을 유혹에 흠뻑 빠져버린 나그네의 뿌듯한 마음은 산동네를 내려오면서 벌써 내년이 막연하게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