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게 빗방울이 남아있는 이른 아침에 실로 오랜만에 둥근잎유홍초를 만났습니다.
역시나, 잡초 틈바구니에서 잡초와 함께 운명을 함께하는 둥근잎유홍초가 이제는 서서히 생장을 멈추는 잡초들 틈에서 가을을 여는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갈라진 잎을 갖고 있는 유홍초에 비해 둥근 잎을 가졌다 하여 둥근잎유홍초라 불리는, 유홍초 보다 조금 늦은 여름부터 초가을에 걸쳐 이른 아침에 피는 둥근잎유홍초는 유홍초와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겠지만, "영원히 사랑한다"라는 꽃말에서 느껴지는 거역할 수 없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별을 대변하듯, 꽃이 지면 씨앗이 자연스럽게 땅에 떨어져 이별을 하지만, 자연 발아를 통해 이듬해 봄에 새순이 나오면서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걸쳐 작지만 붉은색의 예쁘고 깜찍한 나팔꽃이란 의미가 담긴 영어이름(small-red-morning-glory) 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둥근잎유홍초가 가을을 열어놓고 시나브로 여름과 함께 떠나가겠지요.
많이 상큼해진 아침 산책길에서 수줍게 방긋 웃어주는 둥근잎유홍초를 만난 것은 가을을 만난 것과 매 한 가지이기에, 간헐적으로 내리는 가랑비에 기꺼이 여름을 실어 보내고, 앙증맞게 빨간 둥근잎유홍초로부터 영원히 변치 않을 사랑을 배우고 싶은, 마음만큼은 뜨겁기 그지없는 나그네가 어제와는 사뭇 다른 아침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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