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꽃댕강나무 향기에 취하다

Chipmunk1 2023. 7. 16. 01:36

종모양의 분홍빛이 감도는 하야디 하얀 꽃이 잘 떨어지고 새순이 댕강댕강 잘 부러진다 하여 이름 붙여진 꽃댕강나무가 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가지가 휘도록 다닥다닥 많이도 피어나 분홍색 꽃받침과 흰색꽃이 적당히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더욱이 향수를 뿌린 여인네들 무리가 지나간 듯한 향기가 아침부터 코끝을 자극합니다.

지난 삼 년간 마스크에 막혔던 꽃향기들이 스멀스멀 산책길을 즐겁게 하는 것이 이제는 온전하게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지난 삼 년간 꽃은 언제나 같은 색 같은 향기를 지니고 우리에게 찾아왔지만, 온전히 즐길 수 없었던 시간들이 이제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추억으로 남습니다.

이제는 경제도 예전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고,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듯싶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여전히 고통받는 주체는 늘 그랬듯이 특정 계층으로 한정되고 이미 정해져 있는 듯싶어 고통분담을 외치는 구호가 왠지 씁쓸하게 들려옵니다.

더군다나, 제일 앞장서서 일상회복의 선봉장이 되어야 할 정치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언제나처럼 일상회복이 요원해 보이는 것도 이제는 전혀 이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하릴없이 익숙해져 가고 적응되어 가는 정치판의 탐욕으로 가득찬 혐오스러운 민낯이 우리의 일상과 미래를 무척이나 불안하고 절망스럽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쉼 없이 피고 지고를 반복할 꽃댕강나무의 맑고 풍요로운 꽃을 눈으로 즐기고, 향기를 있는 그대로 맡을 수 있는 일상으로 되돌아온 것만으로도 지난 삼 년 동안 다섯 번의 예방주사를 맞고, 단 한차례도 감염됨이 없이 잘 지내 온 나를 칭찬하고, 지금과 같은 일상이라도 온전하게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침에 눈을 뜨면 꽃댕강나무가 흐드러지게 만개한 그 길을 걷는 행복한 나만의 시간이 무한 반복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