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08.
관곡지는 사유지라서 주말에만 공개가 된다 하여, 비록 장마 중이긴 해도 흐린 주말을 골라 어차피 해돋이는 포기한 채로 오전 여섯 시쯤 도착한 관곡지 연꽃테마파크는 때마침 축제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기념행사와 식후 공연으로 아침부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었습니다.
오전 열 시에 개장하는 관곡지 관람을 위해, 흡사 전국의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총집합이라도 한 듯 시끌벅적한 연꽃테마파크에 머물면서, 아직은 만개했다 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는 다양한 연꽃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이윽고 관곡지 담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자그마한 연못에는 관곡지에서만 볼 수 있을 듯싶은, 꽃잎 끄트머리가 분홍빛이 감도는 투톤 스타일의 소담스러운 연꽃이 반겨주니, 짧은 시간에 긴 여운을 남게 합니다.
비교적 연꽃이 만개한 연꽃테마파크의 중심부는 좁은 길을 꽉 채운 카메라 거치대와 줄을 서다시피 한 인파에 밀려 원치 않게 그냥 스쳐 지나가게 됩니다.
풍성하게 만개한 백련은 말할 것도 없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홍련의 신비로운 속살에 매료되고,
홍련의 우아한 아름다움은 인파에 파묻혀 정면으로 잘 보이는 위치를 확보하느라 조바심 나게 하고,
그중에서도 진한 홍련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함께 어울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중간중간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홍련에는 첨단 기술이 가미된 거치대를 세우고 자리를 지키는 인파들이 유독 많이 몰려있었고,
연꽃테마파크의 변두리 같은 백련 주변에는 그다지 인파가 많지 않아 여유롭게 휴식도 취하면서, 해가 숨어 사진 촬영에 더할 나위 없이 최적인 주말아침에 잠시라도 속세를 떠나고 싶어지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화 중인 연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무심하게 떨어지고 있는 꽃잎 속에서 연밥이 무덤덤하게 무르익어가고,
지난밤과 새벽까지 내렸던 빗물이 넉넉한 연잎 위에 잠시 머물면서, 작은 빗물방울들이 한데 모여 투명하고 영롱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한동안, 장맛비에 시달릴 연꽃들이 안쓰러워 보이면서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복잡한 현안들이 성난 장맛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는 현실 속으로 하릴없이 되돌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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