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3. 20.
해 뜨는 제주의 동쪽 성산 일출봉 주변과 우도에서 두세 달 전부터 일찍 피기 시작한 봄의 화신 유채꽃이 제주의 동남쪽으로 그 세력을 넓혀 서귀포 남원의 휴애리 너른 유채밭에 노란 유채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멀리 한라산 백록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구름에 가려진 민족의 영산(靈山) 한라의 정기를 고스란히 유채꽃에 담으려고 아련하게 구름 사이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무한 반복하는 백록담 남벽 골짜기 잔설이 쾌활한 유채꽃을 은근한 눈빛으로 애정을 가득 담아 온종일 바라봅니다.
잎과 줄기는 나물이나 김치가 되어 소박한 봄의 밥상에 오르고, 카놀라유(Canola Oil)라는 일반명사화된 유채씨 기름은 유채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대량재배해 온 캐다나(Canada)의 'Can'과 기름(Oil)의 'OL', 그리고 산성(Acid)의 'A'등 앞 글자들을 따서 만든 캐나다 유채협회의 상표명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우리의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채씨의 40% 정도가 기름인 카놀라유 명칭의 탄생 비화가 다소 생뚱맞기도 하지만, 유채씨의 기름이 식용뿐만 아니라, 친환경 연료와 윤활유와 화장품 등의 원료로 다양하고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음에 다소 놀랍기 조차 합니다.
단지, 관상용으로 우리에게 봄을 데려다주는 봄의 화신에 그치지 않고, 인류를 위한 유채의 잎과 줄기와 꽃과 열매의 헌신에 잠시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해 봅니다.
또한, 유채꽃밭에서 열일하는 꿀벌들이 반가운 것은, 최근 빠르게 오염되고 있는 지구의 온난화에서 비롯된 기상이변으로 꿀벌들이 떼죽음을 당해 꽃들을 중매하는 꿀벌들이 사라져 곡식들의 열매 맺음에 차질을 빚고 있고, 꿀을 따는 양봉업자들이 꿀통을 이리저리 꿀벌을 따라 이동시키는 삶의 현장이 봄이 되면 이따금씩 방송 전파를 타고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하기도 하기에 청정 제주에서 열일하는 꿀벌들의 모습에서 새삼 청정 제주를 잘 지키고 보전해야 할 당위성을 유채꽃 위의 꿀벌들을 보며 잠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봅니다.
야자수와 잘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휴애리만의 독특한 유채꽃 풍경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자유분방하게 감상하려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탐방객들의 끊임없는 탄성과 봄을 즐기는 모습에서 완연한 봄이 느껴집니다.
야자수들이 쑥쑥 자라 거목이 되고 유채꽃은 더 이상 야자수잎과 가까이할 수 없으니, 꽃말처럼 쾌활하기만 한 유채꽃이 하늬바람을 막아줄 야자수잎과 점점 멀어져 시무룩해하는 모습으로 무거워진 꽃송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잔뜩 고개를 꺾고 있는 모습에서, 벼뿐만 아니라 유채꽃도 만발할수록 고개를 숙이고 있음에 유채꽃이 절반만 만발해서 늘 나를 바라봐 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고개를 잔뜩 수그리고 서서 온전히 봄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결코 꺾이지 않는 유채꽃의 유연한 처세술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수 배워봅니다.
약간의 미세먼지와 구름이 햇볕을 가리니 한라산이 게슴츠레 눈을 뜨고 흐릿해진 유채꽃을 바라보겠지만, 이곳 휴애리 유채꽃밭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조성된 다 자란 야자수가 랜드마크가 되어 유채꽃밭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유채꽃과 명산 한라를 서로 교감케 하는 가교가 되고 있음에 제주도 곳곳에 조성된 타 유채꽃밭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독특한 풍미를 지닌 멋들어진 봄의 화신 유채꽃과 함께 하기에 제격인 의미 있는 명소로 뇌리 속 깊이 각인될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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