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낭머리 9

소낭머리 해돋이

2025. 03. 19.해돋이를 볼 수 없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자마자 모슬포 풍랑정보를 확인하고, 잘하면 가파도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통유리 창으로 보이는 흐릿한 하늘을 보면서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들고 습관적으로 소낭머리로 향합니다.자동차로 5분 거리의 소낭머리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보목포구 위 하늘이 먹구름을 오른쪽 섶섬 위로 밀어내며 붉은 노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언뜻언뜻 밝은 빛이 뭔가 좋은 징조를 예견하듯, 먹구름은 회색구름으로, 회색구름은 분홍구름으로 점차 새벽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먹구름을 뚫고 빛줄기가 뻗쳐 나오려 용솟음치는 기운에 하릴없이 먹구름이 밀려나기 시작합니다.드디어, 기대하지 않았던 기분 좋은 햇살이 퍼지고, 보목포구 위에 작은 백촉짜리 백열등 스위치..

제주도 이야기 2025.04.01

소낭머리의 아침 해돋이

2025. 03. 17.언제부턴가 으레 제주에 오면 서귀포에 여장을 풀고, 아침에 눈을 뜨면, 비나 눈이 내리지 않는 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원혼들이 아직도 떠돌고 있을 법한, 43 유적지 소낭머리(혹은 소남머리)로 나갑니다.혹시나 해돋이를 볼 수도 있겠다 싶은 기대 보다도, 소낭머리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보목포구와 섶섬이 그립기도 하고, 혹여 아침햇볕이 살짝 비추는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온통 신경을 하늘과 바다에 집중하게 됩니다.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가 온몸을 꼭꼭 싸매게 했지만, 어슴프레 여명이 밝아오는 소낭머리 전망대에서 모든 걸 잊은 채로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냅니다. 극심하게 소용돌이치는 사바세계처럼 보목포구 하늘에는 먹구름과 아침해가 한바탕 결전을 벌이는가 싶더니, 아침해가 먹구름 틈바..

제주도 이야기 2025.03.20

소낭머리 해돋이

2024. 12. 19.여름 보다 2시간 여 늦게 아침을 시작하는 겨울의 아침과 여름 보다 2시간 여 일찍 시작되는 겨울의 밤은, 여름 보다 4시간 여 낮의 길이가 짧은 아쉬운 겨울여행으로 귀착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여행은 나흘 만에 하늘이 허락한 해돋이를 맞기 위해 새벽 여섯 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외돌개 앞 해장국 전문식당에 첫 손님으로 들어가 소고기해장국 한 그릇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여명이 시작되는 서귀포 송산동의 소낭머리 전망대에 서서 새소리 바람소리와 더불어 보목포구 앞 섶섬을 넘어 올 아침해를 무념무상 기다리는 가슴 벅찬 기다림의 미학과 함께합니다.한 시간여 기다림 끝에 성산일출봉을 지나 섶섬 꼭대기 오른쪽 움푹 파인 능선을 타고 넘어오는 붉은 기운이 조금씩 둥근 해의 형태를 ..

제주도 이야기 2024.12.29

송산동 소낭머리 아침풍경

2024. 06. 12.서귀포시 송산동의 일출명소 소낭머리 작년가을 방문이래 십여차례 찾았어도 제대로된 해돋이는 한두차례 기억되니 신의허락 없이맞는 해돋이는 없나보다여명직전 지나친길 보이는것 없더니만 나오는길 밝혀주는 황금빛깔 칸나꽃님 비록일출 못봤지만 생각잖던 칸나보니 꿩대신닭 아니라도 일출대신 황금칸나제주사삼 원혼들이 한데모여 꽃이된듯 치자나무 가득하고 치자꽃이 하나둘씩 숨어있듯 피어있는 소낭머리 진입로에 하얀소복 차려입은 원혼들이 겹쳐뵌다해돋이가 있든없든 찾아오는 소낭머리 무의식적 습관처럼 전망대에 올라서서 바다향해 소리질러 답답한맘 토로하고 모든것이 잘될거라 스스로를 다독인다

제주도 이야기 2024.06.30

소낭머리의 아침노을

2024. 03. 14.제주여행 마지막날 소낭머리 올라서서 여명직후 동트려나 해돋이가 있으려나 막연하게 기다리며 간절하게 읊조리길 해돋이는 없더라도 아침노을 창연하라어제부터 지켜보던 일기예보 믿었다면 해돋이를 보기위해 소낭머리 어이갈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돋이를 대신해서 아침노을 찬연하니 소낭머리 아름답다노을뚫고 꼬물꼬물 올라오던 아침해가 완전하진 않더라도 둥근태양 못지않게 나그네의 두눈에는 더할나위 하나없이 제주여행 마지막날 잊지못할 추억됐다모자란듯 아쉬운듯 떠오르는 붉은태양 아침노을 만들면서 소낭머리 물들이고 넋을놓고 바라보는 무념무상 마음속에 소낭머리 고이담아 허전할때 꺼내보리

제주도 이야기 2024.03.30

소낭머리 해돋이

2024. 03. 12.어느새 일출 시간이 7시를 밀어내고 6 시대로 진입하니, 하릴없이 봄은 봄인가 봅니다. 어제 오후 봄비를 타고 온 제주의 서귀포는 예상보다 일찍 비가 그치니,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이른 새벽잠이 깨어 뒤척이다가 여섯 시가 조금 못되어 아직은 인적도 없는 서귀포 시내 중앙로를 지나, 눈이 짓무를 정도로 보고 싶었던 4.3 유적지 소낭머리에 들어서서 전망대에 도착하니, 보목포구 앞 섶섬 주위는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여명과 일출 사이 한 시간 가까운 간격이 오늘 아침은 유독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해돋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찾아왔기 때문이겠지요.전망대 사각 정자 안에 셀카봉을 세워놓고, 십여분 앞으로 다가 온 해돋이, 비록 정오부터 비..

제주도 이야기 2024.03.15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10) (소낭머리의 아침풍경)

2024. 01. 11.제주여행 마지막 날 허락된 해돋이를 맞으러 새벽 다섯 시 반에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지난가을에 우연히 알게 된 소낭머리 전망대로 향합니다. 올레길 2코스 시작점인 광치기해변의 4.3 추념비를 필두로 19코스의 너븐숭이 4.3 기념관을 비롯한 제주 전역 곳곳에는 70여 년 전 당시 제주 인구의 11%에 달하는 3만 명 가까운 양민들이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이념의 희생양이 된 참혹한 현장들이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세상에 그 모습들을 드러내고 있는 한국전쟁을 제외하고는 최대의 희생자가 발생한 한 만은 세월 속에서 소낭머리 공원 역시 수많은 유적지 중의 한 곳으로 남아있어,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들의 한이 붉은 피를 토했던 그 자리에서 이 겨울에 ..

제주도 이야기 2024.01.22

서귀포 소낭머리 해돋이

2023. 11. 02.제주도가 좋아서 기회만 되면 찾아온다는 나그네 이건만, 서귀포의 중심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중간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해돋이 명소가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직도 제주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부족한 건 아닐까? 지금껏 제주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부했었는데, 한낱 자만심에 지나지 않았음을 많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여명도 밝기 전부터 바다 위에서 해돋이 명소를 찾아보겠다고, 굳게 닫힌 정방폭포 입구를 지나 산책로를 몇 차례 왕복해 봤지만, 해돋이 시간만 다가올 뿐, 마땅히 맘에 드는 장소를 찾지 못해 급기야는 서귀포항 입구 공원에서 해돋이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뛰듯이 서귀포항 쪽으로 걷다가 우연히 43 유적지 소낭머리라는 첨 보는 듯싶은 공원입구를 발견하고 뭔가에..

제주도 이야기 2023.11.20

제주여행 막날 에필로그

여행 마지막날에도 습관처럼 새벽 6시쯤 해맞이를 위해 길을 떠납니다. 숙소와 가까운 정방폭포에서 안전하게 해돋이 맞을 곳을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급히 서귀포항 쪽으로 뛰다시피 걷다가 송산동에 있는 해돋이 명소 중의 명소라 이름 붙여도 모자람이 없을 소낭머리를 만났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바다 밑에서부터 해가 완전히 떠올랐으니, 정식 해돋이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소낭머리에서 제대로 된 해돋이를 보기 위한 또 다른 제주여행의 새로운 당위성이 생겼습니다.그리고, 계획된 일정대로 중산간도로를 지나 새별오름에 도착하니, 줄을 서서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경사가 가파른 남쪽 등산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었습니다만, 나그네는 경사가 완만한 북쪽 등산로에서 시작해서 남쪽 등산로로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억새가 우거..

제주도 이야기 202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