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20

내장사의 봄은 관음전 앞뜰 서향으로부터 오나 보다

2025. 03. 09.열흘 전만 해도 눈이 가득 쌓여있던 내장사 천왕문과 정혜루 사이의 작은 연못 둘레길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 채로 봄을 맞습니다.가림막 안에서 크레인이 바삐 움직이고, 쇠망치 소리가 경내를 울리던 열흘 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의 대웅전 공사 현장은 석가래와 통나무 기둥을 내리고 있는 대형트럭을 보고 있노라니, 내장사 경내에서도 살짝 봄이 느껴집니다.그러나, 진정한 내장사의 봄은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얼음 알갱이에 덮여있는, 곧 터뜨릴 것 같은 서향(천리향)의 붉은 꽃망울에 안착해 있습니다.머잖아 석가래가 올라갈 대웅전이 웅장하게 내장사 경내의 중심이 될 즈음 중생들은 서향의 향기에 취할 듯합니다.내장사를 나와 내장산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봄을..

여행 이야기 2025.03.11

내장사의 봄은 꿈틀꿈틀

2025. 02. 27.내장사의 봄이 꿈틀거리며, 관음전과 극락전을 내려다보는 서래봉이 겨우내 삭풍을 막아내니, 형제봉을 넘은 춘풍이 무혈입성하며, 경내 가득 봄기운을 채우기 시작합니다.방화로 소실된 지 삼 년여 만에 재건을 시작한 대웅전 공사는 겨우내 많은 진척이 있었는지, 키 큰 크레인이 가림막 안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나르고 있는 듯한 움직임에서 봄의 희망이 엿보이고, 코로나19 펜더믹 직전까지 겨울이면 주지스님이 손수 덕으셨다는 따스한 차 한잔에 구수한 군고구마 두어 개 껍질 벗겨 먹는 재미로 눈이 가득한 단풍터널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았던 정혜루는 인적이 끊긴 채 어느새 여섯 번째 봄을 맞습니다.관음전 앞뜰 서향(천리향)은 향기를 가득 모둠은 꽃망울을 잔뜩 부풀린 채로 봄을 기다립니다.뭍에서는 온실..

여행 이야기 2025.03.02

첫눈이 그친 뒤, 내장사 단풍터널 위에서 녹아내리는 잔설(殘雪)의 차가운 눈 물을 맞으며 상념에 잠겨 봅니다.

2024. 11. 29.삼일 동안 간헐적으로 내린 첫눈이 그친 아침, 내장사 일주문을 지나 단풍터널 속으로, 아직은 가을의 온화한 기온에 잔설이 녹아내리는, 차가운 눈 물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잠시 상념에 잠겨봅니다.마치 속세를 벗어나는 듯 일주문에 들어서면서, 몇몇 무도한 기득권자들로 인해 탐욕과 불의와 반목이 만연해진 이 세상을 서로 아끼고 사랑으로 치유하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고 싶은 간절함을 담은 노래를 음미하면서, 내가 그렇게 살아왔듯이 내 아이들도, 탐욕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부자의 삶을 살기보다는, 전쟁 없는 세상에서 소박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해 봅니다.단풍터널에 가득 쌓였던 눈이 얼어붙지 않고, 모두 녹아서 물이 되어 땅에 떨어져 계곡을 따라 강줄기를 따라 바다에서 하나로 만나듯, 우리도 그..

여행 이야기 2024.12.11

첫눈 내린 내장산

2024. 11. 29.내장산 근린 상가단지를 지나 오른쪽 추령길로 접어들어 내장산 허리를 돌아 중턱을 넘어 잠시 차에서 내려 눈앞에 펼쳐진 만추를 맞은 내장산이 폭설로 시작한 첫눈에 때마침 운무가 골짜기 사이사이를 메우고, 고만 고만한 산봉우리는 운무와 흰구름과 첫눈이 어우러져 누가누가 더 순수한지 경쟁을 합니다.운무와 흰구름과 하얀 첫눈 사이사이에는 아직 사그라지기를 거부한 단풍들이 내장산의 만추를 거뜬히 지켜냅니다.산골짜기 저 편에는 우화정과 내장사가 운무에 파묻힌채로 서서히 가을을 떠날 채비를 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온은 아직 까지 가을인데, 산야는 하얀 눈에 뒤덮여 겨울이 빨리 온듯도 싶습니다.

여행 이야기 2024.12.06

만추의 내장산 서래봉 아래 벽련암에는 봄이 함께있었다

2024. 11. 25.내장사 일주문에 들어서기 직전 오른쪽 가파른 산비탈길 서래봉 가는 길목의 벽련암 가는 길 양편에는 곱디고운 애기단풍잎들이 누군가가 일부러 사진을 찍으려 인위적으로 연출이라도 해놓은 듯 가지런하고 촘촘하게 떨어져 쌓이고, 산속은 온통 단풍 든 나무들이 만추의 내장산 매력을 한껏 발산하고 있습니다.암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규모의 벽련암에도 어느덧 가을이 막바지 떠날 채비를 마친 듯, 곱게 물든 단풍잎들이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날려 발아래 휘리릭 떨어져 쌓이고, 흰구름이 사랑방인양 걸터앉아 있는 서래봉을 푸른 하늘이 선명하게 눈앞 가까이 데려다줍니다.이른 봄부터 담장아래 피기 시작한 자색달개비가 여름을 지나고 가을의 끝자락에서도 면면히 피었다 지었다를 반복하기에 벽련암에는 아직..

여행 이야기 2024.12.04

내장사의 만추와 서향(瑞香)

2024. 11. 21.단풍으로 붉게 물든 내장산 서래봉 아래 화마가 앗아간 대웅전의 신축 공사도 원만하게 진행 중인 듯싶은 만추의 내장사는 수수한 가을의 완숙미가 돋보입니다. 이른 봄부터 백일 가까이 향기가 진동하는 대웅전 공사 가림막 오른쪽 관음전 앞의 야트막한 서향나무에서 천리향(千里香)이라 불릴 정도로 향이 짙은 서향(瑞香) 꽃이 대웅전의 신축공사 진척상황이 궁금해서인지, 아니면 혼탁한 사바세계에 희망을 전해주려는 것인지 대여섯 송이 살포시 피어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왕문을 나와 부도전 앞에서 시작되어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내장사 가을의 상징과도 같은 단풍터널도 단풍잎이 떨어져 수북이 쌓이고, 얼마 남지 않은 단풍잎이 가을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내장사의 만추는 자못 절정에 도달해 있습..

여행 이야기 2024.11.30

내장산 단풍 축제 이틀 前

2024. 10. 17.내장산 단풍 축제 시작 이틀 전, 단풍터널은 여전히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내장사 경내에 서있는 나무들은 조금씩 물들어 가고, 대웅전 공사는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장산 계곡 산책길을 지나면서 단풍이 들기 시작한 나무들을 담아봅니다.누리장나무 열매의 색감은 짙어지고 다섯 장 꽃받침은 단풍에 버금가는 색감으로 익어갑니다.우화정 주변에도 시나브로 가을이 내려앉고 있습니다.애기단풍도 서서히 붉어지고 있는 내장산의 애기단풍은 11월 초가 절정을 이루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 이야기 2024.10.18

내장사는 가을 앓이 중

2024. 09. 29.한 달 정도 늦게 핀 여름꽃 지각쟁이 백양꽃(내장사에서는 내장상사화라 함)들이 단풍 터널길가에 다소곳이 가을의 서늘함에 떨고 있습니다.제주상사화가 서있던 자리에는 꽃무릇이 천하를 호령합니다.천왕문 앞 연못에는 절정기를 막 넘기고,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꽃무릇이 천왕문을 바라보며 천상에 가기 전 마지막 삶을 불태우고 있습니다.대웅전 중건이 시작되어 조금 어수선해 보이는 경내에서 바라보는 가을하늘이 오늘도 눈이 시리도록 파랬고, 그 정갈함이 속세에서 답답해진 가슴을 뻥 뚫리게 합니다.성급한 애기단풍이 조금씩 물들어가는 내장산의 가을은 정점을 향해 달려갑니다.일주문을 지나서 단풍터널이 조금씩 붉어지면, 내장사의 대웅전도 조금씩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겠지요.

여행 이야기 2024.10.07

내장사의 初가을 풍경

2024. 09. 24.와! 드디어 내장사의 대웅전 조감도가 황량했던 내장사 경내에 등장했습니다.삼 년여 아팠던 긴 세월 아랑곳 않고 잦은 화재로 세금으로만은 언감생심 십시일반 뜻 모여 첫 삽을 뜨다니요!내장산계곡 누리장나무 열매가 온전히 여물고,내장사 진입로 단풍터널이 붉게 물들고,우화정의 연못에 애기단풍이 데칼코마니를 만들 때쯤 대웅전의 석가래를 받쳐 올릴 기둥이 우뚝 솟아오르면 궁금증 어쩌지 못하고 일주문 단풍터널 걷고 있겠지요

여행 이야기 2024.09.30

내장사의 상사화

2024. 07. 24. 한겨울이 지나가고 이른봄에 새잎나고 봄을지나 여름맞아 잎이지고 꽃이피니 못만나는 잎과꽃은 안타까운 연인인가 사찰마다 상사화와 꽃무릇이 웬일인가상사화와 꽃무릇의 꽃말과는 무관하게 진통효험 있다하여 사찰마다 재배하여 요긴하게 쓰였으니 스님들의 혜안으로 상사화가 전래되어 여름꽃의 총아됐네대웅전이 있던자리 컨테이너 대법당뒤 대웅전을 사모하는 상사화가 활짝폈네 저상사화 지기전에 대웅전의 조감도가 대법당뒤 언덕위에 상사화와 함께하길

꽃 이야기 2024.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