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사 20

내장사에 비친 봄 기운

2024. 04. 02.내장산 작은 암자로 시작해서 성장한 내장사 천왕문과 정혜루 사이에 작은 연못 하나 파서 화마를 다스리려 한 절심함에도 아랑곳없이 연못에 투영된 내장사 전경이 쓸쓸해 보이고 공허하게 들려오는 염불소리와 산새소리는 청아하게 들려오지만 봄은 아직인 듯싶네요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웅장했던 대웅전 자리 작고 초라한 가건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수년간 재건축의 손길이 닿지 않고 방치된 듯 가까이 다가가기에도 속상한 마음이 커지니 멀리서 바라만 보다 마음 다잡고 다가갑니다거듭되는 방화로 이제는 나라에서도 손 놓고 가입된 화재보험도 방화 단서조항 때문인지 보험금 한 푼 받을 길이 없다 하니 빼곡히 적어 불자들에게 대웅전 중창에 십시일반 해주길 간곡하게 바라는 마음을 벽면에 적은걸 보고 머잖아 다시..

여행 이야기 2024.04.15

벽련암(내장사지/벽련사지)

2024. 04. 02.내장산 최고의 절경 서래봉이 감싸는 백제의 천년고찰 백련사는 내장사로 기록되어 있건만, 부지불식 영은암은 오늘날의 내장사가 되는사이, 백련사 어찌어찌 벽련사 되었다가 벽련암이 되었으니, 백련사의 승려들은 속세를 떠난 진정한 수도승이었지 싶습니다속세의 탐욕 영달을 멀리한 석가모니 부처를 흠모하는 목련은 후광이 되니 백련사든 내장사든 벽련사가 아니라 벽련암이어도 서래봉이 있어 괜찮고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니 그깟 이름은 한낱 허상에 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내장사지 되어지고 벽련사지 되어진 자연과 벗하는 고찰 벽련암, 오늘날 내장사가 아닐지라도 병풍 같은 서래봉 아래 고찰 벽련암은 백련사 내장사의 영원한 고향입니다내장사 일주문 통과 전 오른쪽 산비탈 벽련암으로 다람쥐가 ..

여행 이야기 2024.04.12

입춘을 바라보는 내장사의 겨울 풍경

2024. 01. 30.언제부턴가 내장사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앞 다리를 건너기 전, "부모님 은혜"라는 내장사 대우 스님의 시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간을 즐기곤 합니다.지난주 내내 폭설로 몸살을 앓던 내장산 일대였는데, 주말 내내 화창했던 날씨가 눈을 많이 녹게 했고, 생각 외로 우화정 옆에 주차를 하고 내장사로 가는 길은, 아이젠과 스패츠도 준비해 갔건만, 기온도 적당하고 눈도 적당해서 장비 없이 상쾌하게 걷기에 안성맞춤입니다.일주문을 지나 눈이 거의 녹은 쭉 뻗은 단풍 터널길을 지나니, 천왕문이 반갑게 맞아주고, 천왕문 안 왼쪽에 꽁꽁 얼어붙은 연못은 풍수지리에 의거 화기를 막기 위해 조선시대에 조성되었다 전해지지만 화재는 그 뒤로도 625 전쟁과 ..

여행 이야기 2024.02.11

내장산 전망대에서 마주한 세상

2024. 01. 30.공교롭게도 눈이 쌓인 한겨울에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사진에서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에 보일 듯 말듯한 전망대에서 바라본 내장산의 주봉인 서래봉을 위시해서 서래봉 바로 아래 자리한 벽련암과 우화정과 내장사는 전망대 아래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서로가 같은 것을 바라볼지라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서는 천양지차로 평가를 내리고 서로 너 잘났느니 나 잘났느니 입에 거품을 물고 상대방에게 눈을 부릅뜨고 악다구니를 퍼부으며 손가락질해 대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취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끝없이 늘어나는 욕망과 이룰 수 없는 현실의 갈등 속에서, 또한 나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숨 가쁘게 변화하는 문..

여행 이야기 2024.02.08

내장산 우화정과 내장사에 2023년을 맡기고, 2024년 새해를 맞으러 갑니다.

2023. 12. 30.이제는 2023년과 작별을 나눌 시간입니다. 마지막 날 갔었던 작년과는 달리 하루 일찍, 내장산국립공원의 우화정과 내장사에 가는 해를 잘 맡겨 놓으러 갔습니다. 우화정처럼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돋아날까 싶어 무작정 우화정으로 달려가 용을 쓰며 홀로 송년회를 해보지만, 날개는커녕 눈길에 살짝 미끄러지며, 중심을 잡으려 땅바닥을 짚은 왼쪽 팔에 통증이 몰려옵니다.일주문을 지나, 눈이 거의 쌓이지 않은 내장사 가는 길의, 겨울 답지 않은 낯선 풍경에 어리둥절하며, 잠깐 사이 천왕문을 지나 정혜루도 지나 경내로 들어섭니다.여전히 수년 전 어이없게 화마가 앗아간 대웅전 자리에는 창고 같은 임시 글씨만 큰 법당인 대웅전을 대신하는 자그마한 법당이 나그네를 슬프게 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겨울 이야기 2023.12.31

내장산 국립공원(1)-내장사 (대웅전의 비애(悲哀))

2023. 09. 02.불의의 방화로 전소된 지 2년이 지나고 3년이 다 되어 가건만, 아직도 해우소 만도 못한 초라한 모습으로 "큰법당"이란 현판으로 대신하고 있는 그 자리에 언제쯤 번듯한 대웅전이 다시 세워질지, 비록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내장사를 방문할 때마다 나그네의 마음은 무겁습니다.창건된 지 1400년 가까이 된, 고찰 내장사는 여러 차례의 전쟁등으로 말미암아 전소되었지만, 불굴의 불심으로 재건과 중건을 거듭해 왔으나, 2012년에 이어 2021년에도 전소된 대웅전을 바라보는 마음이 심란하기만 합니다.비록, 철마다 꽃을 보러 가고, 가을엔 단풍을 보러 가지만, 눈 쌓인 겨울에 정혜루에서 군고구마와 잎차로 몸을 녹이던 수년 전의 기억이 새롭습니다.대웅전이 복원되어 내장사의 중심이 잡히고 나면, ..

여행 이야기 2023.09.04

눈 속의 내장산 우화정과 내장사에 2022년을 두고 오다

2022. 12. 31. 2022년 마지막 날 새벽 4시 조금 넘은 경부고속도로와 천안 논산고속로와 호남고속도로를 막힘없이 거침없이 시원하게 내달렸다. 근래 들어 보기 드문 폭설로 말미암아 상당기간 입산금지되었다가 겨우 통행이 재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오전 7시 막 지나서 도착한 내장산국립공원 매표소 직전 도로는 아직도 통행을 금지한다는 빨간 위험표지판이 세워져 있기에 다리 건너 적당한 공터에 주차를 하고, 아무도 없는 듯 보이는 정문을 지날즈음, 뒤쪽에서 인기척이 나기에 뒤돌아보니, 매표소 뒷문으로 매표소 관리인 인듯한 사내가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고 말하고 겸연쩍어하는데, 그냥 들어가시라고 한다. 꾸벅 인사하고 가던 길을..

겨울 이야기 2023.01.01

내장산 우화정의 새벽에 붙임

내장산 케이블카를 타러 가기 직전, 그리고 내장사로 진입하는 일주문을 통과하려면 반드시 지나야하는 고즈넉한 우화정이 탐방객의 거친숨을 잠시 고르게 합니다. 동이 트는 이른 새벽부터 온갖 산새들이 노래하고, 계곡을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가 심신을 정갈하게 해주니, 우화정을 감싸는 물안개를 헤치고 홀연히 신선이 나타날것만 같은 신비로움이 가득한 아침입니다. 우화정 지붕 끝에서 시작하는 해돋이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물안개가 쉼없이 이동하는 몽롱한 전경은 너무 특별하게 뇌리에 각인됩니다. 이른 새벽 부터 시작된 그림 같은 내장산 우화정이 시시각각으로 변신하는 신비스런 풍경은, 아마도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탓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이리저리 자유분방하게 움직일 때 마다 어느새 여명을 지난 햇님이 동쪽 ..

가을 이야기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