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6

병산서원의 한 여름 _ 새벽 여명(黎明)부터 해돋이까지

2023. 08. 06.저물어 가는 새벽 하현달이 병산서원 초입의 주차장에서 병산서원 복례문을 향하는 새벽길을 인도하고, 어스름한 새벽 공기는 제법 시원하건만, 마치 야생 고라니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이 숲이 우거지고 한산한 낙동강변길이 아직은 어둑어둑하건만, 어디선가 부지런한 닭들의 훼치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오고, 등뒤에 아스라이 풍산의 하회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화산봉과 부용대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새벽 다섯 시가 가까워 올 즈음 홀로 병산서원의 관문인 복례문 앞에 서 있습니다.어느덧 동쪽의 화산과 부용대 위 파란 새벽하늘 아래 붉은빛 여명이 조금씩 밝아오고, 만개한 복례문 앞 여름 병산서원의 상징이 되어버린 배롱나무 꽃이 희미한 여명에 물들어 서서히 불타고 있습니다...

여름 이야기 2023.08.09

낙동강변에서 함께 어우러진 유채꽃과 금계국

2023. 05. 27.이른 봄 제주에서 시작된 유채꽃의 향연은 늦은 봄 낙동강변 안동금계국테마공원에서 기나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으려나 봅니다.그것도 안동금계국테마공원의 한가운데에서 샛노래서 노랑노랑한 금계국의 초대를 받고서,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의 금계국에 어울리게 쾌활/명랑/희망이라는 꽃말의 유채꽃이 한데 어우러져, 시나브로 떠나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막바지 봄의 향연을, 찬연한 노란빛으로 물들인 낙농강변에서, 세상의 온갖 시름을 내려놓은 채로 오롯이 금계국과 유채꽃만이 활짝 웃고 있습니다.안방을 손님에게 기꺼이 내어 준 금계국이 상쾌한 기분으로 강물에 멋지게 투영되어 봄의 향연을 한껏 달아오르게 채워줍니다.흐릿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유채꽃은 사바세계의 중생들에게 희망을 품고 쾌활하고 명랑하게 살아가..

꽃 이야기 2023.05.31

아침햇살과 더불어 금계국이 빚어낸,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황홀한 낙동강변의 아침풍경에 풍덩 빠져봅니다

2023. 05. 21.오랜만에 낙동강변에서 해돋이를 맞습니다.언제 봐도 아름다운 해돋이지만 유난히 황금빛으로 물든 강변은 금계국이 있어서 더욱 빛납니다.아침햇살과 함께 담은 금계국은 짙은 황금색이고 아침햇살을 등에 지고 담은 금계국은 밝은 황금색 이처럼 태양은 빛으로 삼라만상을 바꿔 놓습니다.금계국처럼 어느 방향에서든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꽃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을 만큼 투명하게도 정제된 몸짓으로 '골든웨이브 (Golden Wave)'라는 영어 이름에 걸맞게 적당히 리듬을 타면서 흔들리는 몸짓에서 '상쾌한 기분'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리는 금계국과 함께하는 낙동강변의 해돋이가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시작하게 합니다.낙동강변시민공원에 만들어진 안동금계국테마공원의 규모는 내가 아는 한 국내의 어느 강변 공원..

꽃 이야기 2023.05.23

병산서원의 오월

병산서원의 오월은 담백하지만 고즈넉한 쓸쓸함이 묻어납니다. 병산서원 앞뜰의 산당화는 지고 병산서원 뒤뜰에 수령이 오래된 배롱나무(목백일홍)가 무성하게 초록잎을 매달고 꽃 피울 채비에 여념이 없는 병산서원의 오월은 옛 선비들이 글공부에 열중하던 면학의 계절이 아닌가 싶습니다.낙동강변의 찔레꽃 향기가 병산서원으로 스며 들어와 선비들의 코끝을 자극하니 하던 글공부 잠시 접어두고 하릴없이 낙동강변에 나와 공연히 봄에게 하소연하며 선비의 본분을 찾았겠지요.진입로옆 작은 화단에 모여 옹기종기 피어난 매발톱이 나그네를 흘깃 훔쳐보다가 수줍게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쓸쓸한 병산서원의 오월에 살포시 춘심을 전해줍니다.펄펄 끓는 팔월에나 볼 듯싶었던 강변 풀숲에는 수염패랭이 꽃이 형형색색 낙동강변을 수놓으며 오월의 병산서원..

봄 이야기 2023.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