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6. 09.
열흘을 지냈던 마을,
아쉬운 마음에 새벽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언제 다시 또 와보려나?
마지막은 아닐까 하는 작은 마음도 생겨납니다.
해안도로의 해당화가 오늘 처음 눈에 들어옵니다.
해당화가 거의 지고 씨앗통이 농익어갈때 까지
해당화에게 눈길 조차 주지않았으니,
해당화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장마를 앞에 두고 유독 비가 많았던 6월 초순,
이제는 곧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에, 새벽 마다
꼬박꼬박 올랐었던 성산일출봉에서 제대로 된
해돋이를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해지니,
이번에는 꼭 보고야 말겠다는 다짐으로, 이틀전
폭우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촉촉한 새벽길.
파도 소리만이 어두컴컴한 새벽의 정적을 깨고,
멀리 성산일출봉 끝자락에 반짝이는 고깃배의
불빛이 간헐적으로 깜빡거리는, 다소 을씨년스런
광치기 해변길을 씩씩하게 지나쳐서 다섯시가 막
지날즈음 조금씩 여명이 밝아오는 성산일출봉에
올라 간절한 마음으로 해돋이를 기다립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말을 써야할지, 아니면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라 해야할지,
눈이 빠지게 응시하고 있던 동쪽 바다 위의 시커먼
구름띠 사이에서 붉은 노을이 앞장 서더니, 서서히
구름 사이에서 순식간에 솟아나는 해를 바라보게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안타깝게도 오래지 않아 검은 구름 속으로 빠르게
숨어버려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지만..........
한치 앞도 못 내다 보는게 우리네 인생이라더니,
알수 없는게 천지의 조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힘든 고난의 시간도, 그 순간을 잘 넘기고
인내하는 시간을 견디다보면, 알수 없었던 행운이
시나브로 찾아오듯이, 절망과 포기만 없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리라는 굳건한 믿음을, 여행을 통해서
자연으로 부터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예정에 없었던 새로운 여행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꺼이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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