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Chipmunk1 2020. 7. 25. 18:43

오후 세시에 집에 돌아와
실로 오랜만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여유로움을 느껴본다.

갑자기 밥을 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언제 부턴가 햇반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씽크대 아래 깊숙히 넣어 두었던 압력밥솥을 꺼냈다.

곳곳의 쇠 장식에는 부식된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있었다.
아마도 금년들어 처음 밥을 짓는가 보다.

다시는 밥짓는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세상에 영원한건 아무것도 없는것 같다.

작년 가을 고창의 학원농장에서 사다놓은
1Kg이라고 씌어있는 보리쌀 봉지를 찾아
한움큼 솥에 담고,
작년 이맘때쯤 사다놓았던 햅쌀 담은 쌀병을
씽크대 아래서 꺼내어 적당히 솥에 붓고
보리쌀과 함께 대여섯번 물을 부었다 따랐다를
반복하고 나니, 바구미 같은 작은 벌레들이 씻겨나갔다.
다시는 찾지 않을것 같았던 보리쌀과 쌀을 다시 찾았다.

세상에 영원한건 아무것도 없는것 같다.

언제 부턴가
영원이란 단어를 사용하기가 거북스러워졌다.

세상에 영원한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영원히 어쩌겠다 저쩌겠다했던 그 약속들이
얼마나 허황되고 무책임한 약속이었는지
이제서야 이따금씩 깨닫게 되어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이 멈추지않고 지속되는 그날 까지
내 생 안에서 여전히 꿈틀대는
그 욕망은 영원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가끔씩 희망이라고 불리기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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