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란 말이 잘 어울리는,
살짝 열어놓은 깜깜한 창밖 너머에서
여치와 귀뚜라미 소리가
구슬프게 귓전을 울리며,
새벽 찬공기를 쉴새없이
비좁은 방안으로 밀어 넣는다.
이제는 긴팔을 입어야 할까보다.
다행히도 옷장속에 걸려있는
여름내내 존재조차 모르고 지냈던
긴팔 셔츠들이 반갑고 고맙다.
평소 잊고 지냈던
산소와도 같았던
내 어머니가 반듯하게 다려놓았던
줄무늬 셔츠가 생각난다.
늘 다섯시 반이면,
새벽 네시 부터 당신의 사랑과 정성으로,
차려졌던 아침 밥상이 그립다.
엊그제 같이 생생하기만 한데,
어느새 추억의 시계는
스무해하고도 두해를 훌쩍 넘기고 있다.
몸과 마음은 쓸쓸하지만,
찬공기가 얇은 홑이불을 뚫고
상쾌하게 아침을 부른다.
가을이 오나보다 싶었는데,
가슴 먹먹하게......
시나브로 공허해지는 마음속 깊은 곳으로
무심한 가을이 자꾸 헤집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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