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했던 장인어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고 복흥집으로 향했다.
막 출발 하려고 차에 시동을 켬과 동시에 장인어른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분명 새벽 부터 채비를 하시고, 기다리시다가 전화하셨으리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으니, 출발했냐고 물으신다.
오랜만에 차창을 전부 열고 깨끗한 바깥 공기를 폐부 깊숙히 느끼면서 내장산로를 달려 장인어른을 모시고 장성을 거쳐 광주를 비켜지나가듯 영산강이 반기는 나주에 들어섰다.
영산강 다리를 하나 지나 예약한 홍어전문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홍어삭힌 꿉꿉한 냄새가 속을 확 뒤집어 버린다.ㅎ
나는 삭힌 홍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인어른의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고자 눈 질끈 감고 삼합 한쌈 싸자싶은 마음으로 생전 처음 나주라는 곳에 왔다.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2층으로 올라 자리를 잡았다.
2번의 허리 수술 후 장인어른의 걷는 모습이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조금 더 비쌌지만, 국내산 홍어 6단계 코스요리를 시켜서, 나는 생각대로 딱 한쌈, 돼지고기수육 한점과 잘 삭힌 홍어 한점, 그리고 홍어김치 묵은지 한조각 얹어서 눈 질끈 감고 난리난 입속을 달래면서 꼭꼭 씹어 삼키고, 나머지는 모두 장인어른께 양보해야만 했다.ㅋㅋ
마지막 한점 까지도 맛있게 드시는 장인어른을 보고 있노라니, 별로 먹은것은 없었지만, 포만감이 찾아왔다.
식사가 끝난뒤, 음식값을 계산하려하니 장인어른이 손사례를 치시며 당신이 계산하시겠단다.
그리시라고 했다.
그 마음을 내가 잘 알기에~~~
돌아오는 길에 담양에 있는 마트에 오니, 이것 저것 살것을 적은 종이를 내미셨다.
뭐든 두개를 사시려고 한다.
하나는 당신이 가져가시고 하나는 나를 주시려고 하는것 같다.
괜찮다고 다 있다고 하나만 사시게 했지만, 끝내 내가 좋아하는 옥수수와 참외와 싱싱한 한우육회거리는 거절을 못하고 챙겨들고 집으로 왔다.
어버이 마음은 다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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