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버이 마음은 다 그런가 보다

Chipmunk1 2019. 5. 11. 22:21

 

오랜만에 복흥집에 갔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로 바빴던 한주가 지나고, 전화만 드렸었던 장인어른을 모시고 점심식사라도 할 요량으로 내장산을 넘었다.

 

담양을 넘는 추월산의 밀재와 빗재를 지나 고기집으로 방향을 틀었더니, 어디로 가냐고 물으신다.

고기집으로 가는거라 했더니, 고기 안드시고 싶으시다 하신다.

장어 드실거냐고 여쭈니, 작년에 같이 갔었던 담양시장 뒤편에 있는 순대집에 가자 하신다.

 

순대국밥과 암뽕순대가 나왔다.

소주 한잔 하시라고 권하니, 혼자 무슨 맛으로 먹냐고 안 드신단다.

 

텃밭에 심을 파프리카 모종을 사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해서 셋이 대화를 했다.

 

아 내 : 아빠!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장인어른 : 맛있게 먹었다.

아 내 : 뭐 드셨어요?

나 : 순대랑 순대국밥 드신다고해서......

아 내 : 맛있는거 좀 사드리지 않고^^

나 : (웃으면서)아마 내가 돈 많이 쓸까봐 비싼거 안드신것 같아~~

아 내 : 아빠! 차서방 돈 많아요^^

나 : 다음번에는 더 좋은거 사드릴께~~

장인어른 : 아냐! 순대랑 순대국 맛있게 잘 먹었는데^^

 

사실, 장인어른은 장어를 정말 좋아 하신다.

 

지금 생각해보니, 백년손님인 사위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거라 생각하셨던거 같다. 예전에 회사 다닐때는 장어도 먹고싶다고 하셨었고, 회도 먹고 싶다고 편하게 말씀하셨었던거 같다.

 

복흥집에 도착해서, "다음에 뭐 드시고 싶은거 있음 말씀 하세요.

2주에 한번씩 올께요ㅡ"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이윽고 "다음에 홍어 먹으러 가자" 하신다.

1초도 망설임없이 답해드렸다.

"알겠어요! 다음에 나주에 삼합 먹으러 가요"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던거 같다.

 

아들녀석이 훈련소에 입소한 이래 지난 어린이날 연휴 까지도 모든 일상의 초점이 아들녀석에게만 일방적으로 맞춰져 있었다.

 

어른들께 떡과 과일을 보냈다는 아내의 말에 최소한의 할 도리는 한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어버이날에 전화만 드려서 평일이라 찾아뵙지못해 죄송하다는 구태의연한 말씀을 드리고는 주말에 찾아뵙겠다고 나도 모르게 말씀드리고는, 아내는 순창까지 오는것이 힘들거 같아서, 아내에게는 같이 가자는 말도 안하고 아침일찍 전화를 드려서 외출준비하시라 말씀드리고 내장산을 넘었었다.

 

어린이날 아들녀석을 부대에 데려다 주면서, 장어 너무 비싸다고 순대국밥 먹자는 아들에게 "아빠가 아들에게 장어를 먹이고 싶어서 그래^^"라고 하면서 거의 반 강제적으로 데려갔었는데, 장인어른은 진짜로 순대가 드시고 싶은줄 알았던 거다.

 

어쩌다 어버이가 된건지, 나는 아들 맘은 잘도 헤아리면서, 장인어른은 정말로 장어보다 순대를 더 드시고 싶어하시는거로 쉽게 생각했던거다.

 

김제집으로 간다 말씀드리고 일어서는데, 손에 음료수 세병을 쥐어 주신다.

"마시면서 조심해서 가게"

 

어버이 마음은 다 그런가 보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자식은 어버이의 품을 벗어나지 못한다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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