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아!
어느새 장정이 되어, 조국을 지키려고, 잠시 우리 곁을 떠나려하는구나.
2학년 마치고 기숙사에서 돌아와 입영일자가 잡혀진 이래로 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좋은 추억도 많이 쌓고 싶은데, 막상 닥쳐놓고보니 이리저리 생각만 많을뿐, 딱히 이거다 할만한 것이 없구나.
가끔, 네게 하고픈것 가고싶은곳 먹고싶은것을 묻기는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글쎄요^^
네 나름대로는 계획이 있을만도 하건만 속깊은 네가 일일이 얘기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구나.
어제는, 네가 지난 연말에 시작했던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해서, 드디어 입대 전에 면허증 찾는 날이었지.
아직은 면허증도 없고 자동차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너에게 차를 맡기고 너의 자리에 내가 앉아보았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네게 차를 맡겼지만, 기대 이상으로 침착하게 차를 모는 네가 무척 대견스럽더구나.
사실, 아빠는 여짓껏 절대 다른 사람에게 핸들을 넘기지 않았단다. 심지어 너의 엄마에게도 아직까지는 핸들을 넘겨보지 않았단다.
내가 유일하게 내 차의 핸들을 기꺼이 넘긴 사람이, 운전면허증도 없고 자동차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바로 너란다.
자식에게는 아까운것이 없는 부모마음이 다 그런건가 싶구나.
거기에다 너에 대한 아빠의 무한 신뢰도 한몫한듯 싶구나.
면허증을 찾아 집에 오는 길에 네게 차를 맡기고 네가 앉던 조수석에 앉아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조수석에 앉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운전하는걸 지켜보면서 운전 한번 해보고 싶다하던 네 모습이 겹쳐보이더구나.
조금은 어려운 이면도로 옆의 2층 주차장에 너무나도 반듯하게 후면 주차를 하고, 오랜만에 찾은 북어국전문점인 듬뿍담뿍에 마주 앉아서 맛있게 북어국 한그릇을 먹고나니 세상 부러울것이 없더구나.
네가 입대하기전에 유럽여행을 할까? 동남아여행을 할까? 아님, 제주도라도 가야하나? 여러가지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못했는데, 그 모든것은 너와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은 나의 바람에서 시작된 만큼, 남은 시간은 너와 함께 밥도 먹고 드라이브도 하면서 아쉽지않은 입대전 열흘을 보냈으면 좋겠다 싶구나.
네가 논산에 있는 신병교육대에 가는 날 까지, 아빠는 외부 약속없이 너의 해바라기가 되어 있으련다.
부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나라 잘 지키다가 돌아오렴!
네가 군에서 느끼는 긴 시간 보다도, 아빠가 집에서 너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훨씬 더 길지 않을까 싶구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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