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남산 둘레길에서 가을을 음미하다.

Chipmunk1 2018. 9. 12. 21:01

 작년 9월 8일 이래로 오랜만에 남산 둘레길을 걷노라니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장충단을 조금 지나 이준열사 동상을 지나노라면 왠지 숙연해진다.

하늘은 파랗다 못해 가슴 시리게 세상을 무차별하게 물들여 놓았다.

산수유 열매가 아직은 옅은 노란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목백일홍은 빠알갛게 둘레길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다.


 언제 보아도 중학교 3학년이던 사십여년전 어둑어둑한 일요일 새벽에 남산도서관을 찾을때 마다 바라보던 어린이회관 건물은 지금 보아도 마음이 설레인다.


 

 

 목멱산방에서 늦은 점심으로 소고기 육회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서울 타워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출발지점인 장충단 까지 오는 길은 멀리 북한산을 위시해서 서울 북부의 스카이라인 감상 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이 어느새 출발 지점에 서 있다.



남쪽 숲길과 둘레길 곳곳에서 화려함을 뽐내던 꽃무릇은 지난 여름의 혹독한 더위로 일찍 자취를 감춘듯 시든 모습도 찾을 길이 없고, 숲속 높은 곳에 능소화 한 송이가 서운한 마음을 달래 주려는 듯 청초하게 긴 목을 빼고 고고하게 서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인 사십년만에 태극당에 들러 옛날 핕빙수를 마주했다.

그런데, 세월따라 그동안 입에 익은 눈꽃빙수가 생각났다.

차라리 태극당을 들어가지 않았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냥 추억으로만 남겨둘걸 그랬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