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하면 연상되는 "프라하의 봄"이 시작된 뮤즈텍 역에서 가까운 바츨라프 광장에 9번 트램을 타고 나왔다. 바츨라프 광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성 바츨라프 동상은 국립박물관에서 부터 시작해서 막힘없이 광장 끝까지 시원하게 호령하고 있어야 했는데, 공연무대에 가려서 시원스럽게 볼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9년 봄, 소련의 공산정권과 그들의 괴뢰정부의 탄압에 숨져간 꽃다운 젊은 영혼들의 헛되지 않은 죽음은, 오늘 내가 성 바츨라프 동상 옆에 서서(공연무대 때문에 정면으로 서는 것이 불가했음), 동상 아래 부터 꽉 막힌 바츨라프 광장을 내려다 보면서, 잠시 그날 이곳에서 부터 시작되어 동유럽 민주화를 완성한, 분노와 희망의 방아쇠 당기는 소리가 밀물 같은 함성이 되어 들려 오는듯 했다.
그리고, 나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멋진 도시 프라하의 거리에서, 나도 모르게 영화속 주인공이 된 듯한 즐거운 착각 속에서, 그들과 함께 걷고 있는 그들 중 한명이 된 것만으로도 주체하기 힘든 미소가 가득했고, 이런게 바로 행복이겠거니 하고 생각 하면서,
어느새 바츨라프 광장을 내려와, 어제 밤 야경이 아직 뇌리에서 다 지워지지 않은 프라하 성의 주경과 프라하 성 내부를 관람하기 위해 22번 트램을 타려고, 뮤즈텍 역에서 지하철(metro)을 타고 말로스트란스카 역으로 향했다. 물론 말로스트란스카 역에서 부터 언덕길을 걸어서 프라하성에 갈수도 있지만, 올라가는 경사가 다소 급해서, 다시 트램을 갈아 타고 성 입구쪽을 통해 들어가기로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닌 프라하 성도 식후경이라, 말로스트란스카 역 옆의 대로 건너편에 보이는 체코스러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메뉴를 받아들고 체코 전통음식중 가장 비싼 메뉴를 골라 체코에서의 공식적인(엊저녁 카를 다리 부근의 바게트하우스에서 먹은 바게트 샌드위치를 제외하고) 첫 끼니를 나름 럭셔리하게 시작했다. 식도락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데 크게 한 몫 했다.ㅎㅎ
마치 난민 행렬같은 사진속의 광경은, 프라하 성으로 들어가기 위한 보안검사가, 영화배우 같은 멋진 남•녀 경관들에 의해 아주 철저하게 수행되고 있었다.
프라하 성 입구 바로 전에, 프라하 여름 궁전으로 가는 정원의 산책로에서 바라본 프라하 성의 뒷 자태가 하늘과 구름과 하나가 되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정원의 산책로 끝에는 아담한 프라하 여름 궁전이 분수대 뒤로 자리하고 있었다.
벨베데르 궁전(Belvedér)으로도 불리는 이 궁은 이탈리아 건축가 파올라 델라스텔라(Paola Della Stella)에 의해 1538년에 지어진 것으로 페르디난드 1세가 사랑하는 아내 안느(Annu)에게 선물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아름다운 여름 궁전이다. 배 모양을 뒤집어 놓은 듯한 지붕은 청록색을 띤 구리로 만들어졌으며 화려한 장식과 12개의 아치가 눈에 띈다. 1541년 대화재로 건축 작업이 잠시 중단되었다가 건축가 사후인 1564년 비로소 완공되었다고 한다.
궁전 앞 정원 안에는 1568년 성 비트 대성당의 종을 만들었던 토마스 야로스(Tomáš Jaroš)가 제작한 청동 분수가 있는데,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청동 그릇에 떨어지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하여 ‘노래하는 분수’로도 불린다.
프라하 성의 고풍스런 대성당의 주경은 야경 못지 않게 웅장하게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밖에서 보는 대성당의 겉 모습이 웅장했다면, 대성당의 내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나는 천주교인은 아니지만, 오래전에 돌아가신 "카타리나" 내 어머니께 돌아오는 기일(7월17일)에 보여드리고 싶어 한장면 한장면 정성을 다해 스마트폰에 담아왔다.
무심코 지나쳤던 프라하성 관람안내 표지판에 열한개의 각기 다른 언어중, 중국어와 일본어 앞에 우리의 한글이 자리하고 있음에 뿌듯했지만, 프라하성 광장에는 한국인, 중국인, 그리고 일본일들로 가득 채워져, 제각각 개성 넘치는 포즈로 사진찍는 모습에, 동양3국의 언어가 그곳에 있음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하 성은 여전히 도도한 자태를 뽑내고 있었다.
하늘색과 잘 어울리는 멋진 셔츠를 입은 멋진 사나이의 모습을 담고 싶어, 보헤미안 사람들의 일상을 전시한 황금소로에서 관람장에 들어 갔던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한컷 제대로 날렸다.
프라하 성 관람을 마친 후, 후문으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심했지만, 한 눈에 들어오는 프라하 시내는 한폭의 중세 유럽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덕을 내려오자 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I will close my eyes and put my finger on the map" 이라는 알듯 말듯한 짧고도 긴 영어 문장의 속 깊은 여운을 느끼면서, 프라하 성의 야경과 주경과 내부관람을 이틀에 걸쳐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15번 트램을 기다렸다. 오후 다섯시 반이 막 지나고 있었고, 어제 이시간에 샀던, 24시간 대중교통이용 티켓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트램에서 내려, 집에서 약 500미터 정도 떨어진 제법 규모가 있는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골라 담고, 스테이크와 한잔 할 생각에, 양 손엔 비닐백을 들고, 입에는 아이스크림을 물고, 중년의 동양인 두 남자는 거리를 활보하며 잰 걸음으로 집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정성껏 구운 스테이크와 한잔 곁드리며 시작된 남자들의 대화는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서로 항복하는 모양새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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