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추령 장승촌 테마공원 산책로

Chipmunk1 2018. 4. 7. 17:50

내장산에서 강천산이나 담양 가는 길목에 전라북도 산림박물관이 있고, 산림박물관 길 건너편에 추령 장승촌이 있다.

내장산이나 강천산에 가기 전에 워밍업 하기에 제격인 트레킹코스가 바로 장승촌 테마공원 산책로가 아닌가 싶다.
내장산 기슭에 자리한 장승촌은 넓은 주차시설과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고, 공연이 가능한 무대시설 까지 갖추고, 온갖 형상의 장승들이 알맞게 배치되어 있으며, 산책로 종점 부근에는 무수한 들꽃들이 숲속의 동화나라에서, 동화속 주인공들로 구성된 장승들과 솟대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때아닌 강풍과 눈보라에 완전무장을 하고, 초행길인지라 호신용으로 등산스틱을 손에 꼭 쥐고 혹시 멧돼지라도 만날까 두려운 마음을 추스리며,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다.
개성있게 생긴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사열을 받으면서 발 걸음도 가볍게 숲으로 씩씩하게 진격했다.
몇 구비를 돌고 돌아 아기자기 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오솔길은 여짓껏 걸었던 길과는 사뭇 다르게 각인되어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장산이 시야에 나타났다 사라졌다한다.
지루할 틈도 없이 뭇 새소리와 바람소리와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강천사에서 사서 배낭뒤에 달아놓은 작은 쇠방울에서 나는, 마치 워낭소리 같은 종소리가 잘 어우러져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길이 눈에 익어갈 무렵 아쉽게 길이 끝났다.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3.5km 의 산책로는 1시간이 약간 더 걸릴 정도로 부담없이 누구나가 걷기에 참 좋은 길이 아닌가 섕각된다.

길 아래에 연결된 숲속의 동화나라에는 동화속의 주인공들이 정겹게 서 있었다.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속의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보는 색다른 경험이 잠시나마 그 시절로 되돌아가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했다.
때마침 몰아치는 눈보라가 벚꽃인지 눈발인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들꽃중에는 유일하게 돌단풍이 수줍게 몸을 낮춰 만개해 있었다. 아마도 2~3주 지나면 동화마을은 들꽃들의 잔치가 풍성하게 열리지 않을까 싶다. 다시 와서 꼭 보고 싶다.

아쉬운 발길을 주차장으로 돌려 차에 오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갑자기 폭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변화무쌍한 봄날 같지 않은 4월의 첫 주말, 추령의 장승촌 테마공원 산책로 트레킹은 이렇게 성대하게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