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예보된 주말이라서 그런지 유독 여기저기 연기가 피어오른다.
쉼없이 산불이 의심되는 지역을 호출하는 산상의 관측소에서 무전이 바쁘다.
봄을 맞이하는 농심은 경작할 전답의 주변에 바짝 마른 풀과 각종 작물의 썩지않은 시체를 불 태우기에 여념이 없다.
점심상을 앞에두고 한술 뜨기도 전에 호출을 받고 바로 산불현장으로 출동하기가 일쑤다.
거기에 젊은이들은 없다.
노는 야산에 뭐라도 일궈보려는 노심이 봄을 맞아 잡초를 태우고, 방치된 쓰레기를 태우다 작은 불씨가 주변 산의 검불에 옮겨 붙어 소방관들과 경찰관들 까지 총 출동한다.
사전신고없이 불을 놓으면 과태료 300,000원을 부과한다고 말씀드려도 어쩔수 없다는 표정의 아흔이 훨씬 넘어 보이는, 평생 농사에 허리가 너무 굽어 키가 반으로 줄어 드신 할머니는 오히려 밭을 갈아 달라고 해맑게 웃으신다.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밭을 갈아 본적이 있다면, 도와드리고도 싶었지만, 내 능력 밖의 일이니, 주변에 바짝 말라서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깻대를 모아 마저 태우고 잔불에 물을 뿌리고 그만 태우시라고 신신당부하고 연신 호출되는 화재의심 지역으로 동분서주 타오르는 연기를 따라 내 달린다.
꼬리꼬리한 냄새가 역겨운 젖은 은행잎과 물컹물컹 잘못 밟으면 신발 밑창에 묻어 여기저기, 심지어는 차에 까지 옮겨지는 짖이겨진 은행 고유의 냄새가 지난 가을의 잔재를 미처 떨치지 못하고 눈 녹은 새봄에 재가 되기위해 시커먼 연기를 사방에 만들어 올려 허겁지겁 출동하게 만든다. 혹시, 계속 태우실까 염려되어, 지켜서서 잔불을 제거하고 물을 뿌려 마무리하고 또 다른 장소로 급히 이동한다.
녹초가 되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잠시 누웠는데, 새벽 두시다.
어린시절 불장난하고 몸에 밴 화기 냄새 때문에 불장난 했다고 어머니께 혼났던 그 추억의 오래된 냄새가 내 몸에서 차에서 내 방에서 가득하다.
일어나 씻고 다시 눕는다.
눈이 멀뚱멀뚱 잠은 안오고 예보된 일요일 오후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 밀려온다.
......그리고, 월요일과 목요일로 이어지는 비 예보가 체감적으로 이토록 반가웠던 적이 또 있었던가 자문해 본다.
아마도 신록이 우거지는 5월 중순까지, 산불과의 전쟁은 많은 애환과 더불어 숨 가쁘게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슴이 아프다 (0) | 2018.04.03 |
---|---|
춘분대설(春分大雪) (0) | 2018.03.21 |
영역(領域) 다툼 (0) | 2018.02.28 |
일요일 아침 눈의 향연(響宴) (0) | 2018.02.11 |
복흥의 눈잔치 (0) | 2018.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