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이야기

들꽃도 아름다운 영실탐방로

Chipmunk1 2025. 6. 24. 06:12

2025. 06. 11.

윗세오름 선작지왓과 남벽의 산철쭉이 눈이 밟히니, 어리목으로 오를까, 영실로 오를까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기암괴석으로 자연이 빚어놓은 영실의 병풍바위를 제대로 본 기억이 아련하기에, 밋밋한 어리목을 포기하고 아기자기한 영실로 향합니다.

아직은 어두컴컴한 서귀포 천지동의 숙소에서 오전 3시 30분 출발, 1100로를 오르다가 1100 고지 직전에서 영실 쪽으로 우회전해서 주차장에 도착하니, 부지런한 2대의 자동차가 해발 1280 고지에 있는, 영실탐방로 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1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입산 가능 시각인 다섯 시를 기다리고 있고, 잠깐사이, 자동차들이 뒤에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1 주차장을 출발한 지 삼십여분 가뿐 숨을 몰아쉬며, 환하게 밝아오는 숲길을 지나 사방이 트여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을 바라보느라 한 계단 한 계단 서두름 없이 천천히 넋을 잃고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빠져듭니다.

최근 영실탐방로를 오르면서 이렇게도 선명하게 병풍바위와 오백나한, 그리고 서귀포 앞바다를 시원하게 보았던 기억이 없었기에, 한 폭의 산수화를 감상하는 심정으로 무아지경에 빠져봅니다.

붉은병꽃나무

영실탐방로 입구를 지나 한 시간 반정도 경과하니, 구상나무 군락이 나타남에 윗세오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은 점점 발아래 멀리 작아만 지는데, 구상나무 군락 사이에 붉은 꽃들은 산철쭉인가 했더니, 산철쭉 보다도 고운 붉은병꽃나무가 만개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함박꽃
설앵초

윗세오름 가지 전, 구상나무 군락 사이사이에서는 이제 기지개를 막 켜기 시작한 함박나무가 꽃을 함박함박 피우기 시작했고, 선작지왓과 남벽을 찍고 오면서 산등성이에는 산철쭉이 만발, 등산로 데크길 바위틈에는 설앵초를 비롯한 구별조차 쉽잖은 온갖 들꽃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한라산 윗세오름 1600 고지와 1700 고지에는 천상의 들꽃 정원에는 영화의 한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습니다.

홀아바람꽃
숲바람꽃
물매화
세바람꽃
라눈쿨루스 불보수스(Ranunculus bulbosus)
미나리아재비
모데미풀
흰그늘용담

그리고, 영실탐방로 입구로 회귀하여 시간을 보니 아직 정오가 되려면 삼십 분 정도 남아있으니, 약 여섯 시간 동안 여유롭게 민족의 영산 한라산 윗세오름을 무사히 다녀왔다는 뿌듯함에 설산이 되어있을 윗세오름을, 지난겨울에는 영실탐방로를 이용했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어리목탐방로를 이용할 것인지 반년 후의 일을 벌써부터 고심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