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0.

소쇄원의 랜드마크 광풍각(光風閣) 기와지붕 너머 노랗게 변신하기 시작한 산수유나무 가까이 다가서서 봄의 소리를 들으려 귀를 쫑긋 기울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노란 산수유 나뭇가지 끝에서 톡톡 꽃봉오리 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싶니다.


광풍각 뒤 제월당(霽月堂) 마당의 왼쪽 산수유는 노란 봄의 화신으로 변신 중이고, 오른쪽 홍매는 언제 피어도 결코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꽃몽오리가 곧 터질 듯 잔뜩 부풀어 있습니다.

계곡 너머 광풍각을 흠모하며 꽃을 피워내는 길마가지나무에는 어느새 앙증맞게 파리한 열매가 붉은빛을 띠며 익어가기 시작합니다.
개나리꽃 보다도 작은 꽃 두 송이가 마치 샴쌍둥이 인양 옆구리를 맞대고 피었다가, 봄바람에 가냘픈 꽃이 떨어진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길쭉한 열매가 하트모양으로 완성도를 높여나가기 위해, 보란 듯이 조금씩 빨갛게 존재감을 뽐내고 있습니다.

소쇄원에 4월이 오면, 길마가지나무에 사랑스러운 빨간 하트열매가 초록빛 잎사귀와 더불어 절로 익어가고, 아직도 혼돈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답답한 우리의 봄 3월은 완숙미를 더해가는 4월의 멋진 새봄을 위하여, 고통스러운 인고의 시간을 잘 견뎌내고 있습니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궐산하늘길 늦잠꾸러기 봄 (12) | 2025.03.12 |
---|---|
내장사의 봄은 관음전 앞뜰 서향으로부터 오나 보다 (12) | 2025.03.11 |
봄날 아침 우화정(羽化亭) (16) | 2025.03.10 |
담양 죽녹원에 찾아온 봄 (14) | 2025.03.09 |
봄이 막 찾아온 강천산 (18) | 2025.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