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09.

열흘 전만 해도 눈이 가득 쌓여있던 내장사 천왕문과 정혜루 사이의 작은 연못 둘레길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의 흔적을 말끔히 지운 채로 봄을 맞습니다.

가림막 안에서 크레인이 바삐 움직이고, 쇠망치 소리가 경내를 울리던 열흘 전과는 완전 다른 모습의 대웅전 공사 현장은 석가래와 통나무 기둥을 내리고 있는 대형트럭을 보고 있노라니, 내장사 경내에서도 살짝 봄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진정한 내장사의 봄은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얼음 알갱이에 덮여있는, 곧 터뜨릴 것 같은 서향(천리향)의 붉은 꽃망울에 안착해 있습니다.
머잖아 석가래가 올라갈 대웅전이 웅장하게 내장사 경내의 중심이 될 즈음 중생들은 서향의 향기에 취할 듯합니다.

내장사를 나와 내장산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서 봄을 찾다가, 자생식물관찰원(Botanic Garden)의 꽃보다 매력적인 봄의 붉은대극 군락에서 억지스럽게 봄의 흔적을 찾아봅니다.
혹독한 한파와 폭설이 잦았던 겨우내 이른 봄 개화를 위해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관음전 앞뜰에서 불심으로 꽃망울을 만들어 온 서향의 아름다운 변신에 버금가는 사바세계의 진정한 희망의 봄을 오롯이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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