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02.

경칩을 사흘 앞둔 삼일절 연휴 이튿날, 연휴 내내 비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쇄원 주차장엔 자동차들이 빼곡했고, 광풍각 툇마루에 앉아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고 있지만, 나그네는 생명이 움트는 기운을 멀리 서는 알아채지도 못하고, 곧바로 광풍각으로 다가가지도 못하고, 계곡을 지나 소쇄원 뒷동산으로 사방팔방을 기웃거리며 천천히 올라갑니다.
아직도 동백은 꽃망울만 만들고 있어 봄이 요원해 보이는 아담한 동백길을 지나 소쇄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동산 위에 서서 갈팡질팡하면서 봄을 찾으려 두 눈을 크게 뜨고, 봄을 찾으러 들렀던 전주(수목원), 정읍(내장산 내장사), 순창(강천산), 장성(백암산 백양사)의 겨울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스산해 보이던 모습과 별반 다름이 없어 보임에, 담양 소쇄원에서도 봄을 제대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조급한 기우에 터덜터덜 기운을 뺀 채로 동산을 내려갑니다.

그런데, 동산을 거의 다 내려올 무렵 소나무 아래 풀밭에서 큰봄까치꽃이라고도 불리는 큰개불알풀꽃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리고, 큰개불알풀꽃 뒤편에는 하얀 별꽃이 깜찍하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별꽃과 비슷한 색의 황새냉이꽃도 수줍게 피어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대나물도 매혹적인 자태로 무심하게 서서보면 알아보기도 쉽지 않은 설렘 가득 진분홍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뱀딸기꽃 같기도 한 조화 같은 노란 양지꽃도 한송이 눈에 들어옵니다.

광풍각 뒤에서 의젓하게 자리 잡은 봄의 대명사 산수유나무도 칙칙해 보이는 나뭇가지 사이에 노란 꽃망울을 열심히 만들고 있고, 산수유 뒤의 홍매나무에도 붉은 기운이 가지마다 매달려 있으니, 길을 떠난 지 나흘 만에 마침내 소쇄원에서 봄다운 봄을 행복하게 맞닥뜨리고, 봄비에 쫓겨, 봄은 소쇄원에 고스란히 남겨둔 채로 광풍각 툇마루 위에 잠시나마 앉아 쉴 여유도 갖지 못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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