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9.
제주도의 해수욕장 중 제주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제주시 이호일동에 위치한 이호테우해수욕장은 붉은 조랑말과 흰색의 조랑말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색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이국적인 풍경에 푹 빠지게 합니다.
거기에 더해, 해수면이 가장 낮아지는 썰물(간조)에는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백사장과 함께 원담의 모습도 볼 수도 있습니다.
원담은 밀물(만조)과 썰물(간조)의 차이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제주도의 전통 고기잡이 방식 중 하나인데, 이호테우해변에 이를 그대로 복원시켜 놓은 이호 모살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담에서 고기잡이 수단으로 요긴했던, 제주도에만 있는 원시적인 고깃배의 일종인 테우가 있었기에, 이곳 이호해변을 이호테우해변이라 불리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 테우는 한라산의 구상나무를 캐다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기잡이용 배로서는 이호테우해변에서 사라진 테우지만, 재작년 겨울에 갔었던 쇠소깍에서는 관광객들에게 테우체험을 유로로 제공하고 있더라고요.
9년 전 부산여행 중, 불현듯 그 직전 초여름 제주 여행길에서 우연히 보게 된 올레길 안내 리본과 파란 간세에 대한 궁금증으로, 전혀 사전 지식도 없는 채로 김해공항을 통해 제주에 입도해서 급조한 제주시내 숙소에서 가장 가깝다는 17코스 출발지점을 물어 물어 찾아가 눈보라가 몰아치던 이호테우해수욕장을 가로질러 지금은 폐업한 도두동의 사회적 기업이었던 '닐모리 동동'이라는 카페에서 복장도 시원찮아 꽁꽁 얼었던 몸도 녹이고, 지금도 그리운 오징어먹물튀김파스타를 먹고 올레수첩도 구입하고, 그 카페 앞에 있던 17코스 중간스탬프대에서 최초로 스탬프를 찍었던 기억과, 초행길에 얼마나 헤맸던지 총길이 19.2km인 거리를 27km 만에 걸어냈던 어설펐던 추억이 아련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호테우해변에 대한 추억이 스멀스멀 되살아 살아납니다.
그리고, 처음 이호테우해변에서 시작했던 올레길 트레킹을 열하루 째 되는 날, 35년 만의 폭설 속에서 거진 눈사람이 된 채로 16코스를 끝으로 집으로 돌아가려던 당시, 제주시내는 이미 차량통행이 마비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비행기 결항 문자까지 받아 들고, 가장 빠른 나흘 뒤로 예약을 변경한 후, 미끄러운 눈길에서 넘어지기도 부지기수로 넘어지면서 잠잘 곳을 찾다가, 이호테우해변에서 가까운 발 디딜 틈도 없던 해수찜질방에 겨우 쪼그리고 앉아 밤을 지새우던 중 폭설로 정전까지 되어 추위 속에서 그로부터 이틀밤을 더 거의 뜬 눈으로 지새워야 했던 당시는 지옥과도 같았던 3박 4일이, 이제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이호테우해변에서 아주 오래된 필름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찜질방 보다도 훨씬 더 아수라장 같았던 공항으로 결항된 비행기 탑승권 환불요청과 재예매를 하러 가지 않아도 되었고, 제주시에서 제공했던 골판지 위에서 밤을 지새우지 않아도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으로 기억됩니다.
해 질 녘, 벌겋게 달궈지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서핑을 즐기는 멋진 서핑객을 바라보면서 이호테우해변에 대한 잊지 못할 추억의 장을 살며시 닫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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