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6. 11.
작년보다 이틀 먼저 윗세오름에 오른 까닭은 작년보다 많은 산철쭉을 보기 위함이었는데, 산철쭉은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천지 만물이 곤하게 잠든 흰새벽에 여명과 함께 자동차로 1100 고지를 넘어 어리목 탐방로 입구를 필두로 해발 1500 미터 지점의 만세동산에서 울긋불긋 산철쭉을 만나보리라는 지난 1년간의 기다림이 허망했지만, 살면서 자주 예상은 종종 빗나가기 쉽다는, 아니, 예산과 실적을 분석하면서 틀리기 위해 예산을 수립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자기 위로에 익숙해졌는지, 내년에는 5월 말쯤 와야겠다는 다짐으로 새로운 일 년 후 계획을 수립해 봅니다.
심지어는 남벽 분기점에도 조릿대 틈바구니에서 산철쭉이 한두 송이 보일까 말까 하는 현상에 대해 누군가 조릿대가 산철쭉을 다잡아먹었다고 혀를 끌끌 찹니다.
내년 5월 말에도, 산철쭉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 가서 조릿대 탓을 해도 늦지 않을까 싶기에 오늘은 그나마 몇 송이 남아있는 귀한 산철쭉에게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눈인사를 나누고, 내년 5월 말쯤 윗세오름에서 만개한 산철쭉과 다시 해후할 아주 정당하고 타당한 이유로 나를 설득 위로하고, 과거에 보았던 윗세오름과 남벽 분기점의 알록달록한 산철쭉 기억을 소환하며 윗세오름과의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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