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윗세오름) 산철쭉
2022. 06. 08.
조금 늦었다 싶은 초여름 한라산 윗세오름 북벽을 향해 산철쭉이 분홍융단을 깔아놓은듯, 신선이 방금 산철쭉 융단위를 성큼성큼 걸어 북벽을 한달음 뛰어 올라 백록담으로 유유히 사라지지않았나 싶을 정도로 신비로운 민족의 영산 한라산의 산철쭉은 아직도 봄을 붙잡고 있었다.
출발점인 어리목 탐방로 입구의 한라산 표지석이 조금 한가해질 무렵 인증샷을 찍고, 한걸음 두걸음 초여름의 열기가 느껴지지않을 만큼 상큼하고 시원한 탐방로의 쾌적함은 조금씩 고지가 높아지면서 1200, 1300, 1400, 1500 미터를 지나 만세동산 까지는 태양이 가까워져서인지 온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햇볕을 피할만큼 우거진 숲도없고 탐방로를 벗어난 곳에 간혹 주목이 서 있을 뿐, 다행스럽게도 발걸음이 조금씩 무거워질 무렵부터 분홍색 산철쭉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가벼워진 발걸음은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산들바람에 신이나서 온몸으로 산철쭉과 이야기할 준비를 마쳤다.
만세동산에서 아스라이 멀리 보이는 북벽까지 분홍색으로 뒤덮인 한라산의 포근하고 너른 품이 속세를 떠난 수도자의 마음처럼 편안함을 선물한다.
윗세오름을 지나 백록담 북벽을 지나 돈네코 방향으로 백록담 남벽을 지나는 길의 산철쭉은 만세동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히 환상적이었다.
아쉬움 속에서 백록담 남벽을 뒤로하고 다시 윗세오름을 지나 영실 방향으로 가는 데크길은 마음 편히 한라산을 평지와 다름없이 걷기에 편리했다.
윗세오름 전망대를 오르기 전까지는......
윗세오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한라산은 맑은 날 비행기에 보던 그런 산이 아니었다. 구름과 안개가 신비로움을 더해 구름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부드러운 산등성이와 그 여백을 꽉 채운 산철쭉의 조화로움을 어찌 표현해야 좋을지 망설여야했다.
아쉬운 발길을 재촉하여 전망대를 내려오는 길은 올라갈때의 경치와는 사뭇 다른 절경을 구름의 흐름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한라산으로 뒤바꿔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름과 안개가 적당히 섞이어 신비로움을 더해주는 하산길로 정한 영실 탐방로로 들어섰다.
영실 탐방로 초입은 다소 무료할 정도로 데크길이 평탄하게 십여분 이어졌고, 산철쭉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급경사로 이루어져 긴장하며 하산하게 하는 영실 탐방로는 구름에 가려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솟은 절경을 제대로 볼수 없었음이 안타까웠지만,
중간 중간 향기로운 찔레꽃이 아쉬움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