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3. 29.
휴애리에서 보던 노지 서향을 뭍에서 본 서향
첩첩산중 천년고찰 장성 백암산 백양사 경내
향내음은 아닌데 익숙한 향기가 이끄는 대로
사천왕문 들어서니 짙은 향에 숨이 막힙니다
이틀 전 전주수목원 온실에서 성글게 피었던
서향의 향기뿐만 아니라, 보름 전 휴애리에서
취했던 향기가 천리를 간다 하여 천리향이라
하는 탱글탱글 불두화를 연상시키는 서향을
품은 천년고찰 백양사가 할 말을 잊게 합니다
철마다 찾는 백양사에서 봄에는 고불매만을
찾았었기에 서향의 짙은 향기에도 불구하고
오늘에서야 알아본 서향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백양사 봄의 또 다른 주인공 서향을
늦게나마 영접하며 서향 향기에 취해봅니다
살다 보니 하나에만 열중하다 놓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기에, 유유자적하며 서두름 없이
오감으로 느끼고 사방팔방 살피면서 천천히
음미하며 느릿느릿 백양사 경내를 걷노라니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오래전부터 청운당 앞 연못가에 자리해 왔던
서향 두 그루가 지금에야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아왔던 편협된 인간이
서향으로 말미암아 삶의 사이드미러를 찾아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생소한 풍경을 만납니다
문일지십(聞一知十)하는 현명함은 없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알고 있는 게
항상 옳다고 주장하는 믿음과 아집과 교만과
탐욕을 내려놓고 타협과 양보를 추구한다면
더 많은 것을 얻는 삶을 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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