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부터 매화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알에서 갓 깨어난 샛노란 병아리 같이 시커먼 나뭇가지에 잎이 채 나오기도 전에 꽃 눈을 틔우며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던 가냘픈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우고, 그 꽃을 찾아다니다 이천 백사의 산수유마을까지 달려갔던 삼월로부터 반년이 훨씬 지나고, 겨울의 문턱 입동(立冬)을 불과 이십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월의 마지막 수요일에 어느새 야리야리한 꽃 과는 달리 탱탱하게 익어가는 산수유 열매를 바라보며 또다시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고 싶어 집니다.
새까맣게 쪼그라들어 버린 볼품없어진 작년의 산수유 열매가 작은 점처럼 새로이 풍성하게 매달린 산수유 열매와 함께 하는 모습에서 불현듯 나그네의 모습이 겹쳐 보이고 동병상련하는 애처로운 초연(超然)함으로 가을을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https://tglife1.tistory.com/m/1012
'가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실(結實)의 계절 가을(3) (맥문동 열매) (197) | 2023.10.27 |
---|---|
결실(結實)의 계절 가을(2) (범부채 열매) (221) | 2023.10.26 |
대추가 익어가는 9월 첫날 새벽 나그네의 단상(斷想) (60) | 2023.09.01 |
슈퍼블루문 (40) | 2023.08.31 |
산딸나무 열매 익어가는 계절에 속절없이 비는 내리고 (38) | 2023.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