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력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하천변이 밤하늘에 하얗고 붉은 은하수를 깔아놓은 듯 눈부시게 변해버렸으니, 그만 번식을 멈춰달라고 "고만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은 아닌가 싶은 고마리가 앙증맞은 꽃을 피워 아침 산책길의 나그네를 설레게 합니다.
흰색과 붉은색 물감을 빠레트에 반반씩 섞어 놓은 듯한 모습에서 백색의 고마리꽃이 세상의 부조리와 탐욕을 정화시키느라 붉게 오염된 것이라고, 나그네는 고마리가 오염된 하천 주변이나 하천에 버려진 폐수뿐만 아니라, 어지러운 세상을 정화시켜 주는 고마운 꽃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하얀 메밀꽃이 하천변을 환하게 수놓은 듯 한 백색의 고마리꽃 군락이 붉게 물들기를 거부한 채로 하천을 온전히 정화시켰음을 인증이라도 하려는 듯 시나브로 가을 속으로 세력을 키워갑니다.
비록 흰색 리트머스 시험지가 실험실에는 없을지라도, 마치 파란 리트머스 시험지가 산성 반응을 일으키듯 꽃잎 끝에서부터 붉게 반응하는 고마리꽃은 나날이 산성화 되어가고 있는 하천을 정화시키는 힘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안쓰러운 상상을 해봅니다.
눈에 보일락 말락 2~3mm 안팎의 작은 꽃이 촘촘하게 박혀 풍성한 꽃처럼 보여도, 10mm 내외의 앙증맞은 꽃에 지나지 않는 고마리꽃이 더군다나 멀찌감치 하천변 가까이 물가에 모여 있으니, 하천변 산책로 작은 바위 위에 위태롭게 쪼그리고 앉아 담아내는 만개한 고마리꽃의 맑고 깨끗한 자태에서 태초의 모든 세상도 이렇게 맑고 깨끗했으라 유추해 봅니다.
그랬던 세상이 점점 오염되어 생명의 근원인 물이 흐르는 하천도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고마리꽃이 생활폐수와 산업화로 오염된 하천 주변의 산성반응을 감지해 내고, 하얀색의 순결한 꽃잎이 남김없이 붉게 변해가니, 세상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게 변질되어 급기야는 어떠한 타협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공포스러운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가는 공포가 눈앞에 곧 닥칠 듯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꿀벌과 가냘픈 남방부전나비와 고마리꽃에 살포시 내려앉아 두 날개로 앙증맞은 꽃을 완전히 가려버린 검은테주홍부전나비가 꿀의 원천이란 꽃말에 걸맞은, 오염된 하천을 정화시켜 꿀을 만들어낸 기적의 고마리꽃으로부터 생명의 꿀을 얻어 가는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우주의 새로운 에너지가, 작금에 펼쳐지고 있는 혼돈에 빠져 괘도를 이탈하여 공멸로 치닫던 세상을 바람직한 정상괘도로 선순환시킬 수도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으니, 나그네에게 있어서 고마리꽃은 진심 고마운 꽃으로 각인되기에 모자람이 없지 싶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고마리꽃에게서 "고만이"라는 별칭은 지워버리고 고마움이 가득한 고마리꽃으로 거듭나도록 가을 내내 하천 주변으로부터 시작해서 세상 끝 까지도 정화시키는 기적이 우후죽순처럼 번식하는 고마리꽃과 같이 일어나기를 소망하며, 어여쁜 고마리꽃 한 다발을 아직은 답답한 세상의 고구마 같은 가슴들에게 나그네가 한아름씩 위로와 희망의 선물로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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