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지역의 허파와도 같은 경안천 습지.
살인진드기 같은 해충을 퇴치하기 위함인지 공원 입구에 해충퇴치용 스프레이가 비치되어 있어 반바지 입은 맨다리에 여러번 뿌려주고 편안하게 탐방을 시작했다.
후끈후끈한 대기에도 아랑곳 없이 공원입구의 데크다리를 지나 오른쪽 깊숙한 곳에 백일홍이 만발해 있었다. 본래의 백일홍은 잡초에 지나지 않았으나, 식물학자들의 끊임없는 품종개량으로 오늘날의 아름다운 백일홍이 되었다고 한다. 동해안 평내에서 백암온천 까지 약 10km에 걸쳐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목백일홍도 그간의 품종개량의 수고가 만들어낸 걸작이 아닌가 싶다.
풀과 나무잎새가 끓는 물 속에서 익는 듯한 진한 녹음의 향이 푹푹 찌는 한낮의 불볕더위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아 등 줄기에서 물이 흐르고 얼굴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마치 열탕 사우나에 들어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게 자리잡은 습지는 남부경기지역 허파로서의 듬직한 모습으로 편안함을 더해준다.
한참을 습지와 습지 사이를 걷다보니, 연꽃이 수줍게 여기저기 삐죽삐죽 우아한 자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만개하지 않아 그 화려함이 극에 달하지는 않았지만, 듬성듬성 하햔 연꽃과 연분홍 연꽃이 조화롭게 초여름의 폭염을 달래주고 있었다.
퇴촌을 지날때 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10년 넘게 즐기고 있는 순대국밥집이 경안천 습지 생태공원에서 불과 2.5km 밖에 있다. 유일하게 마음 놓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순대국밥집이기에 집에서 100리 가까이 떨어져 있어도 가끔 순대국밥을 만나러 간다.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이 오로지 순대국밥 먹으러 한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던 아빠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어이없어 하며 따라오던 시절도 있었다. 돼지 머리고기, 뽈살, 오소리감투등....깨끗하게 손질하고 누린내를 완전하게 없앤 뽀얀 순대국에 들깨가루를 듬뿍 넣고 후추를 적당히 뿌리고, 파를 잔뜩 넣으면 밥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에어콘 바람이 등뒤에서 땀을 식혀주고, 천정에선 선풍기가 찬 공기를 위에서 내려 쏘아 주니, 더운줄 모르고 순대국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무심코 바깥기온을 보니, 섭씨 36도............올 여름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인듯 싶다. 내일 부터 달궈진 대지를 식혀줄, 아직 부족한 비가 사나흘 계속 내려 준다하니, 홍수로 어려움 겪는 이웃이 없기를 바라면서 짧은 경안천 습지 생태공원 나들이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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