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별과 같이
앙증맞은 꽃과는 어울리지 않게
국수나무라는
생뚱맞은 이름의 국수나무에
하얀 꽃이 숲 속에서 환하게 웃어주니
어느새 계절은 숨 가쁘게
봄의 끝자락을 붙들고
여름 맞을 채비에 바빠지는 듯싶습니다.
작은 송이송이 마다
꽃하늘소가 자리 잡고
꽃가루와 꿀을 탐하는
자연의 먹이사슬이
줄기 속에 하얀 국수 같은
속살을 품고 있어
국수나무가 되었다 하니
그 누군가의 관찰력이
꽤나 기발해 보이기도 합니다.
꽃도 피기 전에
여린 줄기를 벗겨보고
누군가 적절하다 생각하고
이름 붙인 국수나무가
지금처럼 꽃이 피었을 때
그 누군가 꽃을 보고 이름 붙였다면
별꽃나무는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시의적절하게 다시 사물을 보고 세상을 본다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다반사로 보이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 또한 그렇게 흘러가기도 합니다.
사계절을 지켜보다 이름을 붙여준다면
어쩌면 어울리는 이름을 붙여 줄 수도 있겠지만
매일매일이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내기에는
만만치 않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살아보니 순간순간
세상이 내 맘과 다름을 깨닫게 되고,
살다 보니 하릴없이
세상에 순응하고 적응하게 됩니다.
국수나무든 별꽃나무든
노란 수술이 흰꽃잎들을
노란 꽃처럼 보이게 할지라도
환하게 웃어주는 모습에서
나의 마음속에서 언제나
다정다감하게 웃어주시던
나의 어머니 얼굴이
살짝 엿보이기에
누군가 모정이란 꽃말을
붙여놓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느덧 봄의 끝자락을 붙들고
국수나무의 수수하지만
탐스럽고 앙증맞고
환한 꽃송이를 바라보면서
한없이 인자하고 환하던
내 어머니의 미소를
살포시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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