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남짓했던
당신과의 추억을
이제는 고이 접어
사진첩에서나 가끔
꺼내봐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보내긴 정말 싫지만
이제는 당신을 미련 없이
보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늙어가는 모습을
남기고 싶지 않은 욕심에
당신의 화려했던 모습들만
골라 남겨봅니다.
막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노심초사
당신이 떠나갈 날이 멀지 않았음에,
비가 내리는 밤이면
꽃잎이 상할까 걱정되었고
하루종일 비가 내릴 때면
커다란 목을 잔뜩 수그리고
그 비를 꼼짝없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을 당신 생각에
마음을 졸이곤 했었지요
당신이 설익은 꽃몽우리에서
두터운 겉옷을 한 자락씩 걷어내며,
탐스런 꽃봉오리로 변신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당신을 고이 보내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다음 봄에는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회하기를 소망하며
한창때 당신의 고왔던 모습만 기억하면서
이제는 당신을 고이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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