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4. 23.
새벽 4시 직전, 여유롭게 집을 나서 한산한 포은대로(43번 국도)를 지나, 역시나 한산한 회안대로(45번 국도)에서 팔당댐으로 연결되는, 사시사철 드라이브 하기에 최적의 한강 두물머리가 시작되는 태허정로(45번 국도)를 지나 주말(금요일 오후 6:00부터 일요일 밤 11:59)에만 통행이 가능한 팔당댐(공도교)을 건너, 경강국도 아래 그림 같은 다산로를 지나 순식간에 두물머리의 랜드마크라 부르기에 손색없는 느티나무가 있는 배다리(안전상의 문제인지 작년에 철거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걸어서는 두물머리에서 세미원을 건너가던 추억이 되어 버린 배다리)를 건너 세미원과 연결되었던 경강국도 아래 두물머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막 다섯 시를 넘고 있었고, 밖은 아직 여명도 없으니, 동트기 직전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길 차 안에서 십여분 기다리다 이윽고 배다리가 있던 정감 넘치던 옛 세미원 후문 앞을 지나 아직은 공허한 연꽃단지를 지날 때쯤 왼쪽 세미원 뒤편 하늘에서 동이 트기 직전의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며 두물머리 강물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연잎도 올라오지 않은 공허해 뵈는 연꽃단지에는,
중백로 한 마리가 여유롭게 연꽃단지에서 먹잇감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고,
느티나무는 연한 초록색 머리를 하고 양팔을 쭉 뻗어 나그네를 반겨줍니다.
어느덧 느티나무 왼쪽 발치에서 붉은 여명이 비춰오고, 급해진 마음은 한걸음에 느티나무를 지나 해돋이를 보기에 적당한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케 했고, 부지런한 사람 서넛은 이미 해돋이 보기 유리한 장소를 선점해 삼각대를 세워놓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습니다.
날씨가 화창하지는 않았기에, 제대로 된 해돋이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이 터오는 동쪽 하늘을 응시하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보지만, 산 너머에서 올라오던 해가 구름에 가려 구름 속에서 떠올랐다고 판단될 즈음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발걸음을 두물경으로 향합니다.
두물머리나루터를 지나 잰걸음으로 오솔길을 지나,
실로 오랜만에 두물경 표지석 앞에 서니, 온갖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잠시 두물경을 돌아보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멀리서 조금 늦게나마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해돋이가 시작되어 봉긋하게 산 위로 올라가는 모습에 나루터 쪽으로 급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럭저럭 아쉬운 대로 나루터에서 느티나무 쪽을 바라보며, 동이 트는 두물머리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오랜만에 해돋이를 감상합니다.
옅은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해가 또다시 구름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강물에 투영된 느티나무의 그림 같은 데칼코마니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 동안 동쪽 하늘을 지켜보다 천천히 아침노을에 갇힌 연꽃단지 쪽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연꽃단지를 지나갈 때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노랑꽃창포가 되돌아 나가는 길에는 조금씩 눈에 들어와 서둘러 나가던 발걸음은 어느새 띄엄띄엄 피기 시작한 노랑꽃창포를 찾아 저절로 연꽃단지 길섶을 훑으면서 지납니다.
오랜만에 미세먼지에서 잠시 벗어나, 미세하게나마 남아있는 미세먼지를 잠시 잊고, 2% 부족했지만, 싱그러운 봄날 아침을 두물머리에서 살짝 열어봅니다.
여전히 먹잇감 찾기에 느릿느릿 때론 재빠르게 금빛으로 아침을 여는 연꽃단지를 누비는 중백로와 연꽃이 피는 유월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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