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12

소천지의 해질녘, 해넘이

2025. 03. 17.작은 천지(小天池)가 있는 서귀포 보목동 바다는 꽃샘추위의 원흉이 된 강풍으로 말미암아 설산 한라의 데칼코마니마저도 잔잔한 파문으로 보일 듯 말 듯 삼켜버리고, 나그네는 강풍에 몸을 맡긴 채로 윤슬이 점점 짙어지는 소천지에서 한 시간여 무료하게 해넘이를 기다립니다.강풍의 도움인지, 구름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하늘은 푸르름이 가을 못지않고,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리듯이 먹구름의 훼방 없이 오랜만에 완벽한 해넘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높이면서 소천지에서 구름이 완전히 벗겨져 선명하게 바라보이는 설산 한라의 백록담 남벽이 오늘따라 오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피그말리온의 간절함이 돌을 깎아 만든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었듯이, 새봄을 기다리는 간절함에 응답하기 위해, 하늘이 봄..

제주도 이야기 2025.03.24

휴애리의 유채꽃밭

2025. 03. 17.어느덧 나그네에게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이라는 곳은 제주에 오면 으레 들러야 하는, 겨울엔 동백꽃과 유채꽃, 봄엔 서향과 유채꽃, 여름엔 수국, 가을엔 핑크뮬리가 매혹적인, 그리고 사시사철 온실에는 수국이 반겨주는 곳이기에, 사려니숲길과 새연교와 서귀포귤림성(숨, 도)과 더불어 별도의 일정이 없어도 반드시 찾게 되는 제주도의 최애 장소가 되었습니다.지난 12월에도 제주에 온 다음날 찾았던 휴애리 유채꽃밭에는, 손으로 꼽을 만큼 아주 소수의 꽃만 겨우 피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지난 12월과 마찬가지로 제주에 온 다음날 사려니숲길과 더불어 눈 덮인 한라산 백록담 남벽 위로 신비로운 뭉게구름이 겹겹이 진을 치고 있는, 비록 꽃샘추위로 기온은 낮아지고, 아직 떠나지 못한 삭풍이 몰아쳐 여..

제주도 이야기 2025.03.22

신비로운 소천지의 겨울풍경

2024. 12. 19.겨울 아침해가 여덟 시 반을 향해 가는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보목포구와 섶섬 사이에서 장엄하게 떠오르고 있는 숨 막힐 듯한 퍼포먼스를 차가운 해풍이 불어오는 소천지 갯바위 위에 올라서서 목도하면서 눈 덮인 한라산 백록담 남벽이 소천지 위에 데칼코마니를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기다립니다.멀리 산방산 아래 화순의 금모래해변을 가리고 있는 대평포구의 박수기정이 한눈에 들어오니, 박수기정의 오른쪽 뒤편에 있는 안덕계곡이 눈에 선합니다.오늘따라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눈 덮인 한라산 백록담 남벽을 바라보며, 사흘 전 눈이 무릎 위까지 푹푹 빠지던, 그래서 걷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윗세오름에서 남벽 가는 길을 오십여 미터 진행하다가 혹여 계곡을 내려가다 눈에 파묻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포..

제주도 이야기 2024.12.30

미세먼지 속 제주도 해넘이 (제주도 실시간 CCTV)

미세먼지가 아직도 기승을 부리건만 백록담엔 미세먼지 오르지 못하는지 오랜만에 해넘이 퍼포먼스를 봅니다중문색달해변을 종일 비추던 태양도 햐야트 호텔 너머로 서서히 넘어가고 태양은 바닷물위에 윤슬을 남깁니다아직은 흐릿한 제주 최서단 신창해안 미세먼지에 앃인채로 수평선아래로 미세먼지와 함께 급하게 떨어집니다

발상의 전환 2024.04.18

제주의 겨울을 찾아서(12) (한라산 1100 고지)

2024. 01. 11.제주도에서 관광객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한라산을 넘는 고갯길 중 자동차가 지날 수 있는 도로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한라산 1100 고지는,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로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도로 중에서도, 강원도 정선의 만항재(1330 M)와 지리산 노고단의 성삼재(1102 M)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곳에 위치한 자동차도로이고, 또한 제주시에서 서귀포 중문으로 가는 최단 코스이기에 1100 고지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방문객뿐만 아니라, 제주시에서 영실 탐방로나 중문으로 가는 차량들이 잠시 들렀다가는 경우가 많고, 더욱이 중문이나 서귀포에서 어리목 탐방로나 제주공항 방면으로 가는 차량들이 지나는 길목이기에 일 년 365일 폭설등으로 인한 통행제한이 없는 한..

제주도 이야기 2024.01.24

제주도의 실시간 CCTV(24) (한라산의 아침노을)

드디어 한라산이 신비의 베일을 벗고, 한라의 아침노을은 제주의 아름다운 아침을 열어줍니다. 백록담을 떠 받들고 있는 북벽을 넘어 서귀포에 아침햇살을 비춰주면서 윗세오름의 아침을 신비롭게 만들어 놓은 십이월의 마지막 수요일이 팡파르(fanfare)를 울리듯 장엄하게 시작합니다.비록 1100 고지의 자연 보고인 생태탐방로는 일시 폐쇄가 되어 탐방이 불가하겠지만, 한라산을 자동차로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상징적인 1100 고지 휴게소 주차장은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한 사람들을 싣고 온 자동차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한라산 정규 탐방로에 비해서 비교적 오르기 쉽고 제약이 적은 작은 한라산이라고도 불리는 어승생악에는 부지런하거나 시간적인 제약이 있거나 윗세오름이나 백록담을 오르기에는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는 사..

발상의 전환 2023.12.27

제주도의 실시간 CCTV(18) (한라산의 첫눈)

첫눈이 내린 한라산 백록담은 바짝 말라있습니다. 간밤에 눈이 흩날린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공식적인 첫눈은 아닌지 몰라도 최소한 상고대는 되겠지요. 어느새 가을을 밀어재끼고 동장군이 쳐들어 오나 봅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듯싶은 가을이 조금 더 천천히 우리 곁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아직 보고 싶은 가을이 많이 남아 있기에.......

발상의 전환 202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