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6

부처님 오신날을 열이레 남긴 장성 백양사의 사월 하순 봄풍경 스케치

2024. 04. 28.백학봉이 병풍처럼 백양사를 감싸안고 석가모니 오신날을 기념하는 연등행사 천왕문을 들어서고 대웅전과 팔층석탑 알록달록 연등마다 정성듬뿍 소망기원아름답던 고불매는 영산홍에 가려지고 고불매를 넘어오는 아침햇살 찬연한데 봄이오고 봄이가도 시끌벅적 난리법석 쫓는자와 쫓기는자 사바세계 암울하네시주한푼 한적없이 들락날락 내집같은 백양사가 보시하는 극락책을 손에들고 호접란이 지켜보는 극락전의 시주통을 엉거주춤 겸연쩍게 외면하고 지나치네꽃망울도 못본듯한 팔층석탑 정원에는 작약보다 앞선모란 꽃이피고 꽃이지고 모란닮은 어머니를 소재로한 대중가요 모란꽃이 찾아오면 그리움에 아린가슴열반했던 옛스님이 환생했나 싶을만큼 여느붓꽃 따라못올 근엄함과 의젓함에 담장너머 우뚝솟은 고불매도 다소곳이 아침햇살 열어주고..

여행 이야기 2024.05.03

4월의 봄 천등산 봉정사

2824. 04. 20.사월 초파일 연등행사 준비가 한창인 봉정사 큰 기대는 없었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봉정사 일주문도 만세루도 대웅전도 극락전 까지도 천등산에 우뚝 선 천년고찰 세계유산 봉정사일 년 여의 긴 보수공사를 끝낸 정갈한 만세루 산뜻한 산철쭉에 사방팔방 둘러싸인 만세루 봉정사의 랜드마크라 할만한 웅장한 만세루 사월의 봉정사 만세루와 산철쭉의 멋진 만남대웅전과 극락전 앞뜰에는 작약 꽃몽오리가 한껏 부풀어 금방이라도 피어날듯한 자태로 이슬을 머금은 채 사월의 봄을 무르익게 하고 유월이 되자마자 활짝 웃으며 반겨주겠지요작약과 작약사이 뱀딸기꽃이 군락을 이루고금낭화와 매발톱꽃 사이엔 백선이 올라오고단발머리 여학생을 떠오르게 하는 금낭화와자줏빛 매발톱은 대웅전과 극락전을 향해서 합장을 하며 공손하게 머리..

봄 이야기 2024.04.24

도산서원의 늦봄 풍경

2023. 05. 21.철이 바뀌면 짐승들이 털갈이하듯 도산서원의 계절도 시나브로 봄이 지나가고 있음을 에둘러 알려준다.도산서원의 개설대문에서 시작되는 모란의 열병식은 솟을대문 앞쪽에 놀랍게 세 송이 모란이 반겨주었다. 마치 퇴계이황을 그리워하며 견딘 기생두향의 순애보가 담겨 있는 듯,아니면, 담장밖 어여삐 치장한 겹작약이 되어 오매불망 퇴계 이황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도산서원의 봄은 퇴계이황을 향한 기생두향의 순애보를 몇백 년 동안 품은 채로 지나고 있다.수백 년 도산서원을 지키고 있는 왕버들의 휠대로 휘어진 허리가 지팡이에 의지된 채로 아직 까진 초록빛 잎사귀를 매달고 있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보다는 왕버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하하 호호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왕버들 또한 즐겁지 않을까 싶다...

봄 이야기 2023.05.22

지금은 작약(芍藥)의 시간입니다.

이름에서 잘 나타나 있듯이 작약은 원산지가 중국이고 약재로 재배된 함박꽃인데 언제부턴가 모란과 나란히 모란이 지고 나면 만개하는 관상용 꽃으로 찾아옵니다.모란의 잎은 끝이 세 갈래로 나뉘지만 작약은 독야청정 한 잎 한 잎 늘씬하게 오로지 꽃몽우리 하나만을 떠받들고 모란이 꽃봉오리를 하나둘 만들 즈음 야무진 모습으로 단단한 꽃몽우리를 하늘 하늘한 줄기마다 하나씩 매달고오월이 시작되면 한 겹 한 겹 초록빛 외투를 벗어던지고 곱디고운 속살을 가슴 설레게 봄볕에 내맡기기 시작하니부지불식간에 탐스런 꽃몽우리를 사랑스럽고 가슴 벅차게 키우면서 봄의 절정에 올라, 봄의 주인공으로 손색없는 작약의 매력에 흠뻑 빠집니다.모란이 떠나간 빈자리를 작약이 빈틈없이 찾아와 우리의 봄을 완성하면서 다가오는 봄과의 이별을 차분하게..

꽃 이야기 2023.05.13

이제는 당신을 고이 보내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열흘 남짓했던 당신과의 추억을 이제는 고이 접어 사진첩에서나 가끔 꺼내봐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보내긴 정말 싫지만 이제는 당신을 미련 없이 보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늙어가는 모습을 남기고 싶지 않은 욕심에 당신의 화려했던 모습들만 골라 남겨봅니다.막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하면서 노심초사 당신이 떠나갈 날이 멀지 않았음에, 비가 내리는 밤이면 꽃잎이 상할까 걱정되었고 하루종일 비가 내릴 때면 커다란 목을 잔뜩 수그리고 그 비를 꼼짝없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을 당신 생각에 마음을 졸이곤 했었지요당신이 설익은 꽃몽우리에서 두터운 겉옷을 한 자락씩 걷어내며, 탐스런 꽃봉오리로 변신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당신을 고이 보내줘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다음 봄에는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꽃 이야기 2023.05.09

사납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새벽 산사에서 만끽한 봄

2023. 05. 06.천삼백여 년의 긴 세월 속에 대웅전(국보 311호)을 비롯해서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가장 오래된 극락전(국보 15호, 두 번째 오래된 목조건물은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등 국보급 문화재가 즐비한 안동 천등산의 봉정사는 법주사, 통도사, 대흥사, 선암사, 마곡사, 부석사등 세계유산에 등재된 나머지 6개 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담한 산사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으나, 고금당과 범종각과 석조여래좌상, 그리고 삼성각 등 오랜 세월을 지켜낸 불교 유산들 또한 잘 간직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개축 공사가 마무리되면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 재탄생될지 자못 궁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등 유독 유교의 전통이 깊은 서원들이 즐비한 안동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사찰이라고..

봄 이야기 202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