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부터 터뜨리기 시작한 보랏빛 맥문동 꽃이 가을이 시작되면서 서서히 꽃잎을 거두고, 초록빛으로 맺기 시작한 열매가 깊어가는 가을 속에 흑진주의 모습으로 여전히 푸르른 잎사귀 사이에 자리하고, 눈 내리는 겨울을 기다립니다.겨울이 오기 전에 까맣게 익은 열매가 한겨울 눈 속에서 반짝이는 모습에서 맥문동의 풍미를 한층 더하겠지요. 온갖 모진 세파 속에서도 반만년을 이어 온 우리 민족의 은근과 끈기가 함축된 듯싶은 단단한 맥문동 열매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절망과 탄식으로 이어지는 작금의 시간들이 어쩌면 한겨울 눈 속에 갇혀 얼려있는 맥문동의 새까만 열매와 동병상련하는 심정으로 어제 보다 더 견디기 힘들고 한결 더 참담할 수도 있는 예측하기 힘든 나날들을 하릴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그말리온..